과학기술계 "尹, 경제·외교보다 '과학 대통령'으로 자리매김 해달라"(종합)

대통령실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민간위원 오찬 간담회
尹 "저성장 늪 탈출 위해 ‘퍼스트 무버’로 전략 전환해야"
새 위원 6명 위촉장 수여하면서 현장 의견 청취
  • 등록 2023-11-27 오후 9:25:53

    수정 2023-11-27 오후 9:25:53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민간위원 오찬 간담회를 열고 “우리나라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와 새롭게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국가 R&D(연구개발) 체계도 이러한 방향에 맞춰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된 간담회는 제1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들의 지난 한 해 동안의 활동을 치하하고, 새롭게 구성되는 제2기 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들과 R&D 혁신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는 이우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및 민간위원 20명이 참석했으며, 정부위원으로는 기획재정부·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및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참석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헌법 제127조 및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법에 의거 1991년부터 상설기관으로 설치돼 대통령에 대한 과학기술 분야 자문과 주요 정책 심의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1년간 12대 국가 전략기술을 선정하고, 2024년 연구개발 예산을 심의하는 등 총 21건의 자문과 심의를 통해 과학기술 정책을 이끌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민간위원 오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尹 “R&D재정, 기초원천·차세대 기술에 중점 지원…필요하다 확신”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투자해서 우리 미래의 성장과 번영을 앞당겨야 할 것”이라며 “적시에 연구가 지원될 수 있도록 예타(예비타당성조사)를 간소화하고, 예산 집행을 유연하게 하며, 연구에 필요한 장비 조달 등 지원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조달체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영국 국빈 방문 일정 중 영국왕립학회에서 열린 ‘한영 최고 과학자 과학기술 미래포럼’에 참석했던 일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현대 과학의 초석이 된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직접 보고, 또 영국과 한국의 최고 석학들을 만나 과학기술 정책과 국제협력의 방향에 대해 많은 영감도 얻을 수 있었다”면서 “국가의 R&D 재정 지원은 민간과 시장에서 투자하거나 도전하기 어려운 기초 원천 기술과 도전적인 차세대 기술에 중점적으로 지원되고, 또 글로벌 공동 연구와 인적 교류를 확대해 미래세대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데에도 정말 필요한 것이라는 확신을 더욱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국, 영국 등 순방 계기마다 미래세대를 만나 그들의 혁신과 도전을 국적에 상관없이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지난주 샌프란시스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서도 미래세대 연구자들이 세계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적과 상관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스탠포드 대학과 영국왕립학회에서는 한미일과 한영 간에 과학기술 협력 파트너로서의 협력과 연대를 공고히 할 것을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R&D 체계를 개혁하고, 규제 혁파를 함으로써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과학기술 연구의 인적·물적 허브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계의 연구자들이 한국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를 하고 싶어 하고, 나아가 한국에 와서 연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나라를 글로벌 과학기술 허브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尹, 쉬운 길 버리고 어려운 결심…선진화 계기될 것”

윤 대통령은 이날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등 새롭게 위촉되는 위원 6명에 대해 위촉장을 수여하면서 현장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우일 부의장은 “대통령이 R&D 혁신을 위해 쉬운 길을 버리고, 어려운 정책 결정을 결심했다”면서 “그동안 한 번도 돌아보지 못했던 R&D 시스템을 돌아보고 선진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이어 “대통령이 바쁜 해외 순방 일정 중에서도 기회만 되면 글로벌 선진 연구 현장을 방문하시고 석학들과 대화를 꼭 나눴다”면서 “그동안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냈는데 이제 경제 대통령, 외교 대통령보다 ‘과학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해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준범 울산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국가 R&D 재정지원 방향에 대해 “정부의 한정된 예산은 전략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돼 낭비되지 말아야 한다”면서 “매년 부처에 할당되는 예산의 일정 부분은 부처 간 칸막이 없이 국가의 과학기술 전략에 따라 배분·조정해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축구에서 유럽 리그에 손흥민·이강인 같은 선수가 진출하고, 우리나라 감독들이 동남아에 진출하면서 국내 축구 수준이 올라간 사례를 소개했다. 최 교수는 “전 세계 최고의 R&D 역량을 가진 분들과의 국제 협력과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한 기여 중심의 국제협력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의 건강검진 데이터는 선진국 어디에도 없는 굉장히 중요한 데이터”라며 “우리가 의료 기술과 디지털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미국과 협력하게 되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수출 산업으로 만들 수 있고 ODA(공적개발원조)를 통해 동남아에도 배포해 국격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장은 현행 R&D 시스템이 가진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현 단장은 “글로벌 과학기술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예비타당성조사의 경우 과제 발굴에서 선정·시작까지 3년 이상 걸린다”면서 “결국 중요한 과제는 미국, 유럽과의 시간 싸움이므로 과학기술 분야 예타 대상을 대폭 제외하고, 절차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단장은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모든 과제가 1월 1일에 시작해 12월 31일에 끝나기 때문에 부실 평가 등의 부작용이 있다”면서 “글로벌 공동연구와 기초 연구는 회계연도 일치 규정을 없애고 연중 상시 시작할 수 있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국정에는 외교·안보도 있고 경제·사회·교육 정책도 있지만 우리 정부에 제일 중요한 것은 과학”이라며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가 선진국인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가정에서 부모가 열심히 벌어 애들 키우고 가르치는 데 쓰는데, 국가도 마찬가지로 미래를 위해서 과학에 투자하는 것”이라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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