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대표는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함께 유세현장을 누비고 있다. 지난 25일 첫 덕수궁 앞 유세를 시작으로 나흘 연속으로 오 후보를 도왔다. 지난 29일에는 첫 TV토론 준비를 위해 유세에 나서지 않았던 오 후보를 대신해 용산과 여의도 증권가에서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오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협상 중에 후보에서 사퇴한 후 문 후보 선거지원을 꺼리다 대선 당일 오전 미국으로 출국했을 때와는 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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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지지자와 소통 통해 훗날 도모
안 대표는 30일 오후 1시 30분께 영등포역에서 오 후보와 다시 한 번 합동유세에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나는 서울시민 여러분에게 꼭 야권 후보 단일화 이뤄서 서울시장 선거 이기고 내년에 정권교체 가능하게 하겠다고 약속 드렸다. 그 약속 지키러 왔다”면서 “이번 선거는 전임 시장의 성추행을 심판하는 선거이며,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을 심판하는 선거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라며 오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안 대표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총회 현장을 찾아 야권 단일화 경선의 패배에 승복하며 오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안 대표가 이처럼 오 후보 지원유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오 후보는 안 대표 지지층을 흡수해야하는 과제가 있다.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안 후보는 보궐선거 후 이뤄진 야권 정계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세 현장에서 야권 지지자들과 소통하며 존재감을 유지한 뒤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안 대표는 보궐선거 사전투표 하루 전날인 4월 1일에는 부산을 찾아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지원유세에도 나설 예정이다.
2012년 이미지 불식…대권 향한 포석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안 대표를 예우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번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흥행의 주인공은 단연 안 대표”라며 “국민의힘에서 안 대표를 홀대한다면 자칫 중도층 표심이 이탈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2012년 대선 당시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치평론가들은 안 대표의 최근 행보는 보선 이후 정계 개편 및 차기 대선을 향한 포석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대표는 서울시 공동운영을 약속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선거가 끝나면 어떻게든 야권 개편이 이뤄지는데, 거기서 목소리를 내려면 지금부터 열심히 활동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권 개편에는 대권도 당연히 포함된다. 하지만 현재로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안 대표가 직접 나서기 보다는 윤 전 총장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안 대표가 정계 개편시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어야만 다음 행보(대선)를 생각할 수 있고, 의미부여를 할 수 있는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