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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Currency Manipulator)’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산업보조금 등을 거론하면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중국 정부가 여전히 불공정하고 폐쇄적인 정책으로 위안화의 통화가치를 주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환율조작국 카드를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회심의 한 수’로 남겨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재무부는 28일(현지시간) 발표한 2019년 상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지난해에 이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주요 무역대상국을 대상으로 각국 정부가 인위적인 통화 가치를 조정해 자국 무역에 유리한 불공정거래를 하지 않았는지를 점검한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정부가 금융 제재 등 강력한 경제 압박에 나서는 만큼 매년 환율 보고서가 발표되는 시기가 되면 모든 미국 교역국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특히 올해는 미·중 무역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당초 4월에 나올 예정이었던 환율보고서가 5월 말이 되도록 나오지 않으면서 미국이 환율보고서를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환율보고서에 특기할 내용은 없었다.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이 중국의 외환시장을 호의적으로 평가한 건 결코 아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중국 위안화의 평가 절하는 중국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이 아닌 중국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을 쌓아 위안화 수요를 줄이는 중국 정부의 불공평한 경제정책에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위안화 평가절하를 유도하는 중국 정책에 심각한 우려(significant concerns)를 표명한다”며 “중국 정책은 외국인 투자를 억제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조는 2018년 10월 직전 보고서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중국의 외환시장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중국 정부가 역사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면서도 2007년 GDP의 10%에 달하던 경상수지 흑자가 0.5% 수준까지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어느 정도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시사한 것이었다. 또 보고서는 “지난 10년 동안 위안화 가치는 실질무역가중치 수준으로 올라왔다”고도 밝혔다.
레조나 홀딩스의 수석 전략가인 카지타 신스케는 미국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통화조작국으로 분류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두 나라가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도 “이것이 향후 시장이 낙관적으로 흘러갈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미·중 무역협상의 판이 아직 깨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이 카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일 뿐, 향후 교섭에 따라 상황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환율보고서는 상·하반기에 나눠 매년 두 차례 발표된다. 2020년 미국 대선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이 카드를 꺼내 들 기회는 적어도 두 번 이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