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방문 직후 폭격기 보낸 中, KADIZ 무단 진입(종합)

폭격기 2대·전투기 2대·정찰기 1대
韓→日→韓 방공식별구역 비행 후 돌아가
핫라인 경고에 "일상적 훈련, 영공에 안들어가" 응답
우리 공군 전투기 10여대 긴급출격 대응 비행
  • 등록 2017-12-18 오후 4:39:59

    수정 2017-12-18 오후 4:43:41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중국의 폭격기와 전투기 등 군용기 5대가 18일 사전 예고없이 제주도 남방 이어도 인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해 3시간 40여분 가량 비행했다. 이에 우리 공군 전투기 편대가 긴급 출격해 감시비행에 나섰다. 중국 폭격기의 KADIZ 무단 진입은 지난 1월 이후 두 번째다. 중국 측은 통상적인 훈련이라고 밝혔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직후 이뤄진 것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늘 오전 10시10분경 중국 국적의 군용기 5대가 이어도 서남방에서 KADIZ로 진입하는 것을 포착하고 우리 공군 전투기가 긴급 출격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중국 국적 군용기는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 내를 비행한 후 KADIZ를 경유해 오후 1시47분경 이어도 서방 KADIZ 외곽 지역에서 중국 방향으로 최종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중국판 B-52’로 알려진 중국 전략폭격기 ‘훙-6K’(H-6K) [출처=뉴시스]
이날 KADIZ에 진입한 중국 군용기는 H-6 전략폭격기 2대와 J-11 전투기 2대, TU-154 정찰기 1대였다. 이들은 이어도 서남쪽 한국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중첩 구역으로 진입한 이후 중첩 구역이 아닌 KADIZ에서도 비행했다. 이어 JADIZ에 진입해 비행하다 선회한 후 다시 KADIZ를 거쳐 중국 방향으로 빠져나갔다.

군 당국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 5대는 거의 동시에 KADIZ에 진입했다. 전투기 2대는 오전 11시47분께 가장 먼저 KADIZ를 빠져나갔고 폭격기와 정찰기는 각각 오후 1시21분, 1시47분께 KADIZ를 이탈했다. KADIZ에 들어왔다가 중국 쪽으로 완전히 빠져나가는 데 기종별로 1시간30분∼3시간40여분 정도 걸린 셈이다.

우리 공군은 이어도 서남방 지역에서 오전 10시 2분 경 미상항적을 최초 포착한 후 중앙방공통제소(MCRC)에서 중국군 핫라인을 통해 미상 항적이 중국 국적의 군용기임을 확인했다. 합참 관계자는 “핫라인을 통한 우리 측 연락에 중국 측은 ‘훈련 목적이다. 한국 영공은 침범하지 않겠다’고 답했다”며 “중국군의 정확한 의도는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중국 군용기의 KADIZ 진입에 대응해 우리 공군 F-15K와 F-16 등 10여대 전투기가 긴급 출격해 대응 비행을 했다. 합참 관계자는 “긴급 출격한 우리 전투기는 중국 국적 군용기의 기종을 식별한 후 KADIZ를 최종 이탈시까지 감시비행을 실시하는 등 정상적인 전술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군용기는 올해 1월에도 사전 통보없이 KADIZ에 진입한바 있다. 당시에는 H-6 전략폭격기 6대 등 군용기 12대가 이어도 인근 KADIZ를 4~5시간 가량 수차례 진입했다. 이와 관련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중국 전략폭격기의 KADIZ 무단 진입은 이례적이라며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반발과 무관치 않아보인다고 국회에 보고한바 있다.

한·중·일 방공식별구역 현황 [출처=국방부]
방공식별구역은 영공 방위를 목적으로 미상의 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해 설정한 구역으로 국제법적인 영공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번 중국 군용기가 비행한 지역은 이어도 주변 공역으로 이곳은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과 KADIZ 및 JADIZ와 중첩되는 구역이다. 군용기와 민간항공기를 막론하고 외국 항공기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려면 24시간 전에 해당국 군 당국의 허가를 받지만, 이번 중국 군용기는 사전 통보없이 KADIZ에 진입했다.

우리 정부는 2013년 12월 KADIZ를 이어도 남쪽으로 확대한 이후 중국 방공식별구역(CADIZ)과 중첩하는 구역이 생겨 예기치 않은 충돌의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이에 따라 양국은 우발적인 충돌 방지를 위해 핫라인 등 대화 채널을 가동 중이다.

원래 우리 군의 KADIZ는 미 공군이 6·25 전쟁 당시에 설정한 마라도 남방까지였다. 하지만 1969년 일본이 자국의 JADIZ를 설정하면서 이어도 주변 수역까지 이를 포함시켰다. 중국 역시 2013년 11월 이어도를 포함한 CADIZ를 일방적으로 선포하면서 우리 군도 2013년 12월 이어도 남쪽 236㎞ 상공까지 포함하는 새 KADIZ를 발표한바 있다.

한·중·일 3국은 중첩된 방공식별구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2014년 중첩구역 진입 시 비행정보 교환방법과 미식별 항공기에 대한 전술조치 절차 등에 합의했지만 중국과는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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