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나온 규제카드…투기 잡고, 실수요 살릴까

서울, 수도권 공공택지 등 전매제한 강화
국토부 “부동산시장 실수요자 중심 재편”
입주때까지 전매금지, 5년간 재당첨금지
단타족, 묻지마투자 철퇴..경기는 어쩌나
  • 등록 2016-11-03 오후 4:02:12

    수정 2016-11-03 오후 6:05:35

[이데일리 정수영 김성훈 기자] 정부가 펄펄 끓는 분양시장에 칼을 들이댔다.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주축으로 한 분양시장 과열 양상을 잠재우자는 취지다. 2007년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이후 사실상 9년 만에 나온 규제 카드로, 정부 의도대로 향후 부동산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재편될지 주목된다.

정부는 3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강화 △1순위 청약자격 제한 △재당첨 자격 제한 확대 등이다. 대상지역은 서울과 과천, 수도권 공공택지, 세종시와 부산(전매제한은 제외) 등 총 37개 지방자치단체다. 이날부터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는 신규 분양아파트는 분양권(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 거래나 청약시 제약이 커진다.

서울 강남4구 및 과천·성남시(민간·공공택지)와 하남 미사지구·화성 동탄2신도시(공공택지) 등에서는 분양권 전매가 ‘소유권 이전등기’(입주 시점) 때까지 전면 금지된다. 아파트 분양 계약을 맺은 날부터 입주 때까지 분양권을 거래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들 지역에선 사실상 분양권 전매시장이 없어지는 것이다. 강화된 전매 제한 기간은 3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는 아파트부터 당장 적용된다.

비강남권인 서울지역 21개 구는 1년 6개월간 분양권을 사고팔 수 없다. 이들 지역은 1순위 자격도 모두 제한된다. 세대주가 아니거나 5년 이내 다른 아파트에 당첨된 경우, 2주택 이상 소유자는 1순위 자격이 사라지는 것이다.

청약 재당첨 기간도 최대 5년으로 늘어난다. 규제 대상지역 중 과밀억제권역이 아닌 동탄2신도시만 재당첨 제한 기간이 전용면적 85㎡ 이하는 3년, 85㎡ 초과는 1년이다. 나머지는 각각 5년, 3년을 적용받는다. 청약 2순위 기준도 강화된다. 지금은 청약 2·3순위가 통합되면서 통장이 없어도 2순위로 청약이 가능하지만 내년 1월부터 규제 대상 지역에서는 2순위 청약 신청을 할 때 반드시 청약통장이 있어야 한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시세 차익을 노린 분양권 전매 증가와 청약 과열은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경제 전반에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며 “이번 대책을 통해 부동산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9년 만에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카드를 꺼내든 것은 수도권과 지방, 분양시장과 재고주택 시장 사이에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해진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집값이 서울·수도권은 1.01% 상승한 반면 지방 0.03%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기존 주택시장은 가격 상승폭이 적고 거래도 뜸한 반면 분양시장은 ‘단타족’(단기간 거래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족)이 급증하면서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2012년 평균 2.5대 1이던 청약경쟁률은 올해 14.6대 1로 높아졌다. 서울·수도권 공공택지와 부산지역에서는 청약경쟁률이 50대 1을 웃도는 단지가 수두룩했다. 분양권 전매도 지난 9월 한달 새 12만 4000건으로 2012∼2014년 평균(6만 4000건)과 비교해 약 2배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대책이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투기성이 강해진 분양시장을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은 맞지만 대책의 강도가 너무 세다”며 “부동산시장 침체가 자칫 싸늘해진 국내 경기에 찬물을 더 끼얹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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