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강신우 공지유 기자] 정부가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번 돈을 국내로 들여오는 이른바 ‘자본 리쇼어링’(re-shoring) 에 대해 추가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시행한 사실상 감세 혜택으로 국내에 들어온 자금이 급증했는데, 이를 더 생산적인 투자 쪽으로 이끌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반도체·전기차 등 미래 산업의 국내 투자에 더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 (그래픽=문승용 기자) |
|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유턴 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유턴 지원 전략 2.0’을 공개하면서 대기업들이 유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원 형태는 보조금 지급 및 세액공제 혜택 등이 예상된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해외법인의 국내 본사 배당액은 29조969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3조9523억원) 대비 7배 이상 폭증했다.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포함)은 59억달러(약 7조7019억원)로 1년 전 13억달러(약 1조6795억원) 대비 5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경우 7224억원에서 1조7597억원으로 증가했다. 산업부 집계를 보면, 지난해 총 자본 리쇼어링 규모는 434억5000만달러(약 56조7200억원)로 1년 전보다 3배 이상 뛰었다.
기업들이 지난해 대규모 자금을 들여온 것은 해외에서 과세한 배당금에 대해 금액의 5%만 국내에서 세금을 매기는 법인세법 개정이 결정적이었다. 2022년까지만 해도 해외와 국내 ‘이중과세’ 대상이었기 때문에 기업들은 보유 현금의 대부분을 해외 금고에 보관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감세에서 더 나아가 들여온 돈을 설비투자에 쓰면 보조금 등 추가 유턴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자본 리쇼어링을 통해 국내에 투자하는 경우 ‘유턴 투자’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마디로 국내 설비투자를 늘려달라는 것”이라며 “다만 법 개정 사항이어서 국회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재계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의 투자가 다소 용이해질 수 있는 덕이다. 재계의 한 고위인사는 “투자를 위한 차입 부담이 다소 줄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에 더해 ‘투자 마중물’ 정책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반도체 등 미래 산업들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며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고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같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