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왕 전 청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지난해 6월부터 같은 의혹으로 방사청 관계자들을 조사한 이후 8월 방사청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보안감점’ 기준 변경으로 설계 사업 수주
KDDX는 외산 ‘이지스’ 전투체계가 아닌 국산 전투체계를 탑재하는 등 대한민국의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평가되는 6500톤급 국산 구축함 건조 사업이다. 사업의 첫 단계인 기본설계 수주전에서 HD현대중공업은 당시 제안서 평가에서 한화오션(042660)(옛 대우조선해양)에 0.056점 앞서 이를 따냈다. 지난 달 27일 KDDX 기본설계가 마무리 돼 올해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사업이 발주될 예정이다. 해군은 7조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총 6척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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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14년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해군 간부로부터 한화오션이 만든 KDDX 개념설계도(3급 군사기밀)를 ‘도둑 촬영’해 보관해 온 사실이 2018년 4월 국군방첩사령부 보안감사에서 적발돼 수사를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 사건에 연루된 직원들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9명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방사청, HD현대중공업 제재 보류
그런데도 방사청의 지침 변경으로 당시 HD현대중공업은 ‘보안감점’을 받지 않아 결과적으로 KDDX 기본설계 사업을 따낸 모양새가 됐다. 왕 전 청장은 지난 2020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에 “법원 판결이 나와야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사안을 미뤘다.
엄동환 현 방사청장은 지난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HD현대중공업 측의 기밀문서 유출과 관련해 “법원 판결문 획득이 어려워 이 건에 대해서 구체적 제재 심의를 하기가 제한됐다”면서 “최근 판결문을 확보했는데, 계약심의회의를 통해 부정당 제재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죄 판결을 받은 HD현대중공업 소속 직원들은 이 사건의 판결문을 제3자가 열람할 수 없도록 공개 제한을 신청해 관계기관 등의 판결문 열람이 어려웠다.
하지만 방사청은 지난 달 계약심의원회에서 추가 검토할 사안이 있다며 HD현대중공업의 부정당 제재 결정을 보류했다. 과징금 등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징계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기 위해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