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기로 공수처, 손놓은 윤석열 수사…출구 전략 고심

고발 사주·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 등 8건 수사 중
대선 기간부터 사실상 수사 '스톱'
대선 끝났지만 운신 폭 좁은 공수처, 고심만 깊어져
"'수사 논리'보단 '정치 논리' 앞세웠다"…尹 무혐의 전망
  • 등록 2022-04-06 오후 4:47:17

    수정 2022-04-06 오후 9:35:34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존폐 기로에 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건들을 몇 달째 사실상 손놓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윤 당선인 사건들을 서둘러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공수처는 출구 전략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달 14일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 윤 당선인과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최근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단체 고발로 입건해 수사한 뒤 지난 2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한 사건과 동일하다는 판단에서다.

공수처는 이 사건 외에도 윤 당선인 관련 사건을 총 8건 입건해 수사 중이다. 현재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 △판사사찰 문건 작성 의혹 △옵티머스 부실 수사 의혹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 관련 이성윤 고검장 보복 수사 의혹 △신천지 압수수색 방해 의혹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2건) △허위 부동시 의혹 사건 관련해 윤 당선인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8건 중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 등 5건은 최근 개정된 사건 사무 규칙으로 인한 ‘자동 입건’이라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 판사사찰 문건 작성 의혹,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해선 선별 입건을 통해 작년부터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좀체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공수처가 윤 당선인 취임 전까지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 외에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제84조상 차기 정부 출범일인 내달 10일 이후엔 윤 당선인을 임기 종료 전까지 기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로선 답답한 상황이다. 대선 기간에는 자칫 선거에 개입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러웠고, 대선 이후엔 새 정부에 대항하는 꼴이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공수처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공수처 폐지’까지 검토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공수처의 운신의 폭은 좁을 수 밖에 없다.

윤 당선인이 혐의에 가담한 결정적인 단서가 포착된 것이 아닌 이상 사실상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공수처 수사는 멈춰 있다. 고발 사주 의혹과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은 대선 이전부터 수사가 잠정 중단 상태였고, 옵티머스 부실 수사 의혹은 수사가 거의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대선 일정을 고려해 대선 이후엔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었지만, 대선이 정작 끝났는데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대선 정국 이전에 고발 사주 의혹 등 사건들을 충분히 마무리지을 수 있지 않았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며 “윤 당선인 취임 전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사회 통합 측면에서도 바람직해 보인다. 임기를 마칠 때까지 사건을 들고 있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가 윤 당선인 사건에서 법리에 따른 ‘수사 논리’보단 ‘정치 논리’를 앞서 고려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새 대통령 취임 전 사건을 마무리한 뒤 새 출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과 판사 사찰 의혹 피의자로 윤 당선인과 함께 입건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불구속 기소하고, 윤 당선인은 무혐의 처분하는 방향으로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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