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던 전세대출 5년만에 돌연 감소, 왜?

1월 전세자금대출 잔액 전월비 0.14% 줄어들어
2017년 이후 전세자금 잔액 감소한 것 처음
“뭔가 지각변화가 일어났다는 뜻” 입 모아
  • 등록 2022-02-07 오후 5:02:27

    수정 2022-02-07 오후 9:21:21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전세대출 잔액이 감소 전환했다는 건 의미심장합니다. 그 이전과는 시장의 성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거죠.”(이병건 DB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예측된 상황으로 보입니다. 전세매물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니까요.”(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5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전세대출 자금의 경로를 일일이 추적 관찰하는 곳이 사실상 없는 데다 잔액 감소가 이제 막 확인된 터라 정확한 원인 파악은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일제히 “주목할 만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료=5대 은행)
폭발적 증가하던 전세대출, 5년만에 돌연 감소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1월) 전세대출 잔액은 129조5152억원으로 전월(129조6969억원) 대비 0.14%(1817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만 해도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의 전월 대비 증가율은 2% 육박했다. 그러나 지난해 중순 1% 중반대(7월 1.63%, 8월 1.39%)로 증가율이 줄어들었고, 지난해 말(12월 0.92%)에는 0%대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러다 올해 들어 마이너스 전환한 것이다.

전세대출 잔액 감소는 2017년 이후 5년 만에 처음 감지된 것이다. 그만큼 이례적이다. 전세대출은 보증이 탄탄해 은행들은 그간 적극적으로 대출을 늘려왔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주택가격과 함께 전세 가격도 상승해 전체 전세대출 금액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2017년 30조원대였던 5대 은행 전세대출 잔액이 5년 새 100조 초중반대까지 왔다. 어마어마한 증가세”라며 “그래서 그간 월별로 줄어든 달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에 감소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도 이 같은 상황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더욱이 전세대출의 경우 올해부터 강화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대출이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이어서 직관적으로 원인파악이 힘들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규 전세대출을 받더라도 DSR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데도 은행권 전체적으로 전세대출 잔액이 줄어들었다”면서 의아해 했다.

‘영끌투자’ 상환 vs 줄어든 전세매물…평가 엇갈려

결국 대출 차주의 심리변화가 전세대출 잔액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금전여유가 있음에도 전세대출을 최대한 받아두었던 차주가 잔액 일부를 상환했을 것이란 가정이다.

전세대출 금리는 통상 주택담보대출 금리나 신용대출 금리보다 낮아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유리했다. 이를 감안해 차주는 일단 전세대출을 최대한 받아 놓고, 여윳돈으로 주식투자 등에 활용했다. 하지만 최근 주식 수익률이 지지부진한데다 대출금리까지 상승하면서 투자보다 상환을 택했을 거라는 추정이다. 실제 주택금융공사 전세자금보증을 담보로 취급한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지난해 1월 2.42~2.75%에서 올해 1월 3.39~3.88%로 1%포인트 넘게 올랐다.

전세 시장 자체가 변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세 거래 자체가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에서 전월세 시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한 관계자는 “전세매물이 감소하고 전세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확정일자를 보고 파악하던 것에서 지난해 6월부터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서 전세가 늘어난 것처럼 집계는 되고 있지만 현장 상황은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전세 세입자 가운데 전세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감소했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전세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전세대출 이자를 갚는 것보다 월세로 전환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세입자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전세 매물이 점차로 줄어들고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전세대출잔액 감소는 시장 분위기만 보면 어느 정도 예측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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