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전할 北 비밀 메시지는? 文대통령, 북미대화 중재 전력

文대통령, 남북 예상밖 합의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신중론
정의용 안보실장·서훈 국정원장, 2박4일 일정 대미특사 성격 방미
특사단 방북결과·北메시지 전달…트럼프 대통령 면담 여부 주목
북미, 대화 유불리 따지며 주판알 튕기기…文대통령 승부수 통할까?
  • 등록 2018-03-08 오후 5:05:11

    수정 2018-03-09 오전 7:35:44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8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대화 중재에 운명을 걸었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대북특사단 방북 이후 이어진 남북화해 무드를 북미대화로 연결시켜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대북특사단으로 평양을 방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과 면담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사실상 대미특사 성격으로 8일 오전 미국에 보냈다. 문 대통령의 승부수다. 대화 가능성을 탐색하는 북미가 이해득실을 따지며 주판알 튕기기에 나섰지만 문 대통령은 북미 양측을 중재, 대화를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북미대화에 대한 미국의 반응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맑음 또는 흐림으로 엇갈릴 수 있다.

文대통령, 예상 밖 남북합의 성과에도 신중론 “아직 갈 길이 멀다”

기대 이상의 남북합의에도 문 대통령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 열린 제50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와 관련해 “아직 갈 길이 멀다. 낙관도, 예상도 어렵다”며 “안보관계는 남북 뿐 아니라 북미대화와 비핵화가 같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합의와 정상간 핫라인 설치 등 대북특사단의 파격 성과에도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남북간 대화뿐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지원이 함께 만들어 낸 성과”라면서 “이제 한고비를 넘었습니다만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고비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승부수는 정 실장과 서 원장을 미국에 보내 북미대화를 중재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로 평양을 방문, 김 위원장과 4시간 이상 접견과 만찬을 가졌다. 남북정상회담, 한미연합군사훈련 용인, 비핵화, 북미대화 재개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탐색한 만큼 미국에 이를 전달해서 양측을 중재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우리의 운명을 남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강조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함께 손잡고, 북한과 대화하며 한 걸음 한 걸음씩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초석을 놓겠다”고 다짐했다.

정의용·서훈, 트럼프 만나 전향적 해답 얻어올 수 있을까?

이제 관심은 정 실장과 서 원장의 방미 성과다. 표면적 상황은 복잡하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남북화해에 이어 북한의 북미대화 의지를 확인한 만큼 미국의 반응 여부에 따라 북미대화는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8일 오전 미국으로 출국, 2박4일간 방미 일정을 소화하고 10일 오전 귀국할 예정이다. 방미 첫 일정으로 마이크 폼페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고위관리를 만난다. 미국 도착과 동시에 안보·정보 분야 수장을 만나는 것. 특히 방미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서 출국장으로 향하는 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선은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성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김정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가 정확하게 무엇이냐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대북특사단과의 접견에서 “미국과 비핵화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며 “대화기간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재개가 없을 것”이라고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 정 실장은 이와 관련해 “미국에 전달할 북한 입장을 저희가 별도로 추가로 갖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구체적인 메시지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문 대통령과 정 실장, 서 원장을 비롯한 대북특사 5명 등 총 6명밖에 없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후문이다. 북한의 대미 메시지는 관측이 엇갈린다.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수용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6자회담 재개와 참여 시사 등 다양한 카드 중 일부를 사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북한이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대미특사로 보내거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방북을 초청하는 파격적인 카드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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