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을 외면하고선 생존이 어려운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제조업체들의 고민도 커졌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세계 시장에서 도태할 뿐 아니라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각 기업은 탄소중립을 위한 투자에 돌입했거나 이를 계획 중이지만 정부의 제도 개선과 지원 없이 탄소중립 실현은 불가능하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철강·석유화학·자동차 등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 관련 간담회를 주재했다. 문 장관이 지난 5월 취임한 후 NDC 관련 기업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는 김동욱 현대차(005380) 부사장, 이현준 쌍용C&E(003410) 사장, 김학동 POSCO(005490) 사장, 문동준 금호석유(011780)화학 사장, 김형국 GS칼텍스 사장 등 5개 대기업 사장단이 함께 했다.
이들 업종은 2018년을 기준으로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75.8% 이상을 차지한다. 철강이 10억1200만톤(39%)으로 산업부문 배출량 1위다. 그 다음 석유화학(4억6900만톤·18%), 시멘트(3억3700만톤·13%), 정유(1억5900만톤·6%) 순이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 부문의 배출량은 총 26억500만톤으로 국가 전체의 35.8% 수준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대기업은 수출하면서 2~3년 전부터 탄소중립에 대한 압력을 받고 있었다”면서도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분야도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이라는 국민적인 낙인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을 이야기할 때 풍력·태양광 등 에너지 전환이 주로 언급된다”며 “산업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각 기업의 몫으로 여겨지는 측면이 커 탄소 다배출 기업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국민적 공감이 형성돼야 탄소 다배출 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이 지원이 확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산업부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기업의 자발적 투자 노력을 전폭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은 우리나라 수출의 주축인 데다 제조업의 근간이어서다. 이들 기업의 경쟁력이 약해지면 국가 전체적으로 소득이 줄고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
문승욱 장관은 “정부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기업이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해주고 있어서 감사하다”며 “내년 예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제상의 혜택을 마련하려고 노력했는데 반영된 부분도 있고 앞으로 확대할 부분도 있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