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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속세 규모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2011년 사망했을 당시 유족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약 28억달러(유산 70억달러에 세율 40%), 원화로는 3조4000억원 가량이었다. 삼성가 유족들이 납부하는 상속세의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최근 3년(2017~2019년)간 국세청이 거둔 상속세 합계 10조6000억원보다도 많다.
하지만 한국의 상속세율이 유난히 높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한국의 명목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하지만 최대주주가 상속할 경우 20%의 할증이 붙어 최고세율이 60%까지 오른다. 실효세율로는 일본(55%)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른 국가의 경우, 실효세율을 기준으로 자녀에게 상속하는 경우 세율은 △미국 40% △독일 30% △영국 20% 등이다. 캐나다는 16.5%에 불과했고 심지어 호주와 스웨덴은 상속받은 자산을 추후 처분할 때 과세하는 자본이득세(승계취득과세)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재계에선 이러한 한국의 상속세 부담이 ‘징벌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권 승계와 유지가 어려워져 기업가 정신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세계 1위 손톱깎이 생산업체였던 쓰리세븐은 지난 2008년 상속세로 인해 지분을 전량 매각한 후 적자기업으로 전락했다. 세계 1위 콘돔 생산업체였던 유니더스도 상속세 때문에 2017년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겼으며, 국내 1위 밀폐용기 업체 락앤락도 생전 상속세 부담을 고려해 2017년말 홍콩계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기업승계가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의 존속과 일자리 유지를 통해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기업승계가 기업과 국가경제 지속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관련 상속세율을 OECD 평균인 25%까지 인하하고 장기적으로는 폐지와 함께 자본이득세(승계취득가액 과세)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