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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충청권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동시에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일부 지방의회는 일본 전범(戰犯)기업을 공공구매에서 제한한다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하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그러나 연간 수천억원 규모의 외자구매를 총괄하는 조달청은 “전범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이 이들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우선 대전시의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성의 있는 사죄를 하는 날까지 150만 대전시민과 함께 일본 정부에 강력히 대응하는데 앞장서 나가겠다”면서 “전 국민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일본 여행 상품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있어서도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시민이 똘똘 뭉쳐 동참해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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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세종시의회 윤형권 의원과 노종용 의원 등은 지난 6일 ‘세종시·세종시교육청 일본 전범기업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과 노 의원은 조례안에 일본 전범기업을 정의하고 공공구매 제한 대상기관을 설정했다.
또 세종시장과 세종시교육감은 시민과 학생들에게 전범기업의 만행과 실상을 알리는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전범기업 제품 사용 제한과 함께 국산제품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문화조성 활동지원 내용을 담았다. 이 조례안은 내달 10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그러나 정작 외자구매를 전담하고 있는 조달청은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달청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난 6년간 일본 기업과 2618억원 규모의 외자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외자는 국내에서 생산 또는 공급되지 않거나 차관자금으로 구매하는 물자 및 용역을 말한다. 품목별로는 통신과 의료, 전산, 운반, 측정, 연구장비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연간 수백억원의 혈세가 일본기업들에게 돌아가는 계약관계를 개선해야 하지만 이를 명문화할 경우 WTO 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이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조달청은 민간영역에서의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은 상관없지만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이 나서서 일본 기업(전범기업 포함)을 보이콧할 경우 WTO 협정에 명기된 무차별 차별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달청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일본 기업들과의 외자구매 계약과 관련해서 구체적 방침은 없다”며 “일본 전범기업들과의 계약이 다소 문제가 있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이를 법·제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