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한일전쟁]`WTO협정 어길라`…日불매운동과 선 긋는 조달청

충청권 지방의회들, 잇달아 日제품 불매운동에 동참
윤형권·노종용 세종시의원 전범企 구매제한 조례 발의
조달청 "WTO협정 위반 소지…구매제한 조치 못한다"
  • 등록 2019-08-07 오후 4:13:00

    수정 2019-08-07 오후 4:25:40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한일 간 마찰이 계속된 가운데 일본여행 거부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일본항공 탑승수속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충청권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동시에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일부 지방의회는 일본 전범(戰犯)기업을 공공구매에서 제한한다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하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그러나 연간 수천억원 규모의 외자구매를 총괄하는 조달청은 “전범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이 이들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우선 대전시의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성의 있는 사죄를 하는 날까지 150만 대전시민과 함께 일본 정부에 강력히 대응하는데 앞장서 나가겠다”면서 “전 국민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일본 여행 상품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있어서도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시민이 똘똘 뭉쳐 동참해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시의회가 6일 본회의장에서 일본 경제 보복 조치를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세종시의회 제공


세종시의회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조치를 규탄하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세종시의회는 “민간 영역에서 확대되고 있는 일본 여행 상품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전 시민들과 단결해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종시의회 윤형권 의원과 노종용 의원 등은 지난 6일 ‘세종시·세종시교육청 일본 전범기업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과 노 의원은 조례안에 일본 전범기업을 정의하고 공공구매 제한 대상기관을 설정했다.

또 세종시장과 세종시교육감은 시민과 학생들에게 전범기업의 만행과 실상을 알리는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전범기업 제품 사용 제한과 함께 국산제품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문화조성 활동지원 내용을 담았다. 이 조례안은 내달 10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소재·부품산업 등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는 충남과 충북의 도의회는 지역기업의 자립 기반 육성을 위한 지원·육성정책을 마련하는데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허태정 대전시장도 6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국가적 이슈인 일본의 경제 침략행위와 경제보복행위에 대해 국민이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술 독립의 계기로 삼아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한다”며 “대전시와 산하기관, 공공기관에서는 가능하면 우리 제품이 사용되도록, 일본제품이 불필요하게 사용되는지 잘 살펴서 우리 의지를 표현하는 계기로 만들자”고 지시했다.

그러나 정작 외자구매를 전담하고 있는 조달청은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달청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난 6년간 일본 기업과 2618억원 규모의 외자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외자는 국내에서 생산 또는 공급되지 않거나 차관자금으로 구매하는 물자 및 용역을 말한다. 품목별로는 통신과 의료, 전산, 운반, 측정, 연구장비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연간 수백억원의 혈세가 일본기업들에게 돌아가는 계약관계를 개선해야 하지만 이를 명문화할 경우 WTO 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이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조달청은 민간영역에서의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은 상관없지만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이 나서서 일본 기업(전범기업 포함)을 보이콧할 경우 WTO 협정에 명기된 무차별 차별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달청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일본 기업들과의 외자구매 계약과 관련해서 구체적 방침은 없다”며 “일본 전범기업들과의 계약이 다소 문제가 있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이를 법·제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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