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부산지방경찰청이 불법촬영 근절 캠페인에 나섰다 몰래카메라(몰카)를 희화화한다는 비난을 받고 결국 중단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과 함께 불법촬영범을 검거하는 캠페인을 진행해 피서지 불법촬영범에게 시민 모두가 감시하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으나 당초 캠페인 취지와 달리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어 캠페인을 중단함을 알려 드린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은 “캠페인 내용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에게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앞서 부산경찰은 오는 10일 부산 해운대에 현상수배 부스를 설치해 숨어 있는 불법촬영 범죄자를 찾는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알렸다.
해변 곳곳에 숨겨진 ‘불법촬영 범죄자’의 등신대를 찾아 인증샷을 촬영한 뒤 인스타그램에 ‘불법촬영현상수배’ ‘부산경찰’ ‘불법촬영OUT’ 등의 해시태그를 함께 올리고 부산경찰 부스에 보여주면 선물을 증정한다는 내용이다.
몰카를 이벤트 소재로 여긴 점도 문제이지만 ‘불법촬영 범죄자’라는 등신대 모양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노란 티셔츠에 멜빵이 달린 반바지를 입고, 빨간 야구모자를 뒤로 쓴 모습이 유치원생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 부산지방경찰청이 불법촬영 근절 캠페인에 나섰다 몰래카메라(몰카)를 희화화한다는 비난을 받고 결국 중단했다. 사진은 캠페인 포스터 (사진=부산지방경찰청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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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은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행사인지도 모르겠고 범죄자를 아동의 모습처럼 만들어 범죄의 죄질을 가볍게 보이도록 한다”, “이게 재밌어요?”, “대한민국 경찰이 생각하는 불법촬영 범죄자의 이미지는 이렇게 해맑은가 보다. 피해자에겐 그렇지 않을 텐데”, “부끄러운 줄 아세요”, “오해의 소지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사과가 필요하다”는 등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교롭게 민갑룡 경찰청장은 같은 날 불법촬영에 대해 엄격한 모습을 보였다.
민 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본청에서 열린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수사팀 개소식에서 “경찰은 누구든 불법촬영물을 게시, 유포, 방조하는 사범에 대해서는 엄정히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