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3% 성장"..KDI의 '요상한 경제전망'

가능성 희박한 전제 깔고 '韓 성장률 3.0%' 제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5%→3.0%→2.6%로 낮춰
  • 등록 2015-12-09 오후 4:02:35

    수정 2015-12-09 오후 5:05:33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런저런 조건을 덕지덕지 달고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다. 9일 발표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다. 지금껏 발표된 국내 연구기관중 가장 높은 수치이지만, 정작 발표자인 KDI 스스로도 확신이 서지 않는 ‘이상한 낙관론’이다.

이날 KDI가 내놓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3.0%에는 세 가지 단서가 붙어 있다. 첫 번째는 세계경제가 올해(3.1%)보다 높은 3.6% 성장을 하고, 두 번째는 유가(두바이)가 올해보다 12% 가량 하락한 연평균 배럴당 45달러 내외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화가치는 큰 변동이 없다는 전제 조건이 충족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하지만 KDI는 첫번째 전제로 내건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과 관련해 “3.6%를 하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만약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 수준이라면 2.6%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사실은 조동철 수석이코노미스트와 김성태 연구위원의 입을 빌어 밝혔다. 게다가 KDI는 중국의 경제불안, 미국의 금리인상 등 G2 리스크가 성장률을 더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내년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2% 중반대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데도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고 ‘3.0%’라는 숫자를 제시한 것이다. 정부의 ‘장밋빛 전망’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억지로 짜맞춘 ‘끼워맞추기식’ 경제전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KDI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에 발표된 민간 경제연구소의 전망치와 비교해봐도 꽤 높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은 각각 2.8%와 2.7%를, 한국경제연구원은 2.6%를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내놨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모조리 2% 중후반대를 제시하는 가운데 기획재정부(3.3%)와 한국은행(3.2%), KDI(3.0%) 등 정부·기관들만 3%대를 고수하고 있다.

KDI가 올해처럼 일단 높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고 추후에 대폭 내려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DI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0%로 내린 뒤 이번에 다시 2.6%까지 대폭 낮췄다. 반기마다 0.5%포인트 안팎으로 달라지는 전망치는 다른 기관과 비교하면 민망한 수준이다.

LG경제연구원은 다음주중 수정 전망치를 발표한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아직 하향조정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내년 세계경제가 나빠질 조짐이 보여 기존 전망치(2.7%)를 다소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를 넘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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