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싸운다'는 尹에…친윤·친한 모두 "난색"

尹,"반국가 세력 준동" 편지에 與비대위서 "우려" 표명
친한계 "부적절했다" 비판 속 말 아끼는 친윤계
전문가 "정치지각 변동"…친윤 일부 "뭐가 문제" 반발
  • 등록 2025-01-02 오후 5:04:20

    수정 2025-01-02 오후 9:54:43

[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새해 첫날 윤석열 대통령이 관저 앞 보수 시위대를 독려하는 편지를 공개하자 여당 내에서도 계파와 상관없이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가 애도 기간에는 정쟁을 삼가자는 방어논리로 야당에 대응을 해왔는데, 윤 대통령이 이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에서 윤 대통령과 선을 그으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관저 앞 시위를 하는 보수 지지층에 “반국가 세력이 준동하고 있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취지의 편지를 전달하며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이 입장표명을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체포 영장을 발부받는 과정에서 국민적 논란이 있다. 집단이 갈려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며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영장 발부로 사회 갈등이 심화했다는 말과 함께 에둘러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신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입장 표명을 삼가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에 “그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돌려 말했다. 공식적으로 윤 대통령에 자제 요청을 한 것은 아니지만, 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수석대변인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신 수석대변인은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로 꼽힌다.

이러한 공개 발언에는 당내 전략과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배치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9일 제주항공 참사 이후 대외 메시지를 내는 걸 자제하자는 당 분위기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야당이 추진하는 내란 국정조사와 특검 등에 대해 ‘국가 애도 기간에도 정쟁을 앞세운다’는 취지로 반박한 바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친윤계 의원들도 다들 발언을 조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비대위원을 맡은 한 의원은 “정치와 진영의 대립이 국민간 극단적 대립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하는 게 대통령의 기본 역할”이라며 “어제 편지로 자칫 국민간 충돌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친한(친한동훈)계에서도 “일부 극렬 지지층에 국한돼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수사를 적극적으로 받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편지는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본인이 당당하게 수사를 받겠다고 말씀을 해놓고 메시지를 그렇게 내면 어떻게하나”라고 토로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여권 내 정치 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편지 공개 후 논평 등 공식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며 “편지 내용이 당 입장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이 윤 대통령을 지키려 해도 대통령이 극단으로 가면 도와줄 수가 없게 된다”며 “그런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친윤계 일부에서 여전히 강성 발언이 나오면서 이 같은 분석이 유효한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 친윤계 중진 의원은 “대통령이 본인을 응원하는 분에 인사하는 건 인간으로서 당연한 기본적인 예의”라며 “누가 문제를 삼나”라고 반박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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