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장내매수로 고려아연 지분을 확대해 의결권 과반 확보에 한발 다가선 가운데 고려아연은 높은 주가 변동성에 대해 사과하고 곧 유상증자 계획을 다시 발표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현재 고려아연이 유증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어 후속 대응에 관심이 집중된다.
12일 고려아연은 3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 질답에서 “유통물량 증가, 주주기반 확대로 분쟁 완화와 국민기업 전환을 도모하려고 했으나 시장 상황 변화와 투자자분들의 우려와 감독당국의 정정 요구 등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투자자들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사과드리고 있다”며 “시장 피드백과 주주분들 우려, 당국 요구 등을 종합 검토해 입장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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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기습 발표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발행주식 전체의 20%에 육박하는 신주를 주당 67만원에 발행하는 것이 골자로, 이 계획이 발표된 직후 고려아연의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만약 유증이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고려아연은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을 대거 희석시켜 MBK·영풍 연합의 경영권 인수 시도를 막는데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면서 고려아연이 유증을 철회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증권신고서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주가 변동성이 비정상적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기업가치의 심각한 왜곡은 주주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어떠한 방법으로든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고민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만약 고려아연이 유증을 철회할 경우 어떤 후속 방안을 내놓을지 관건이다. 다만 그동안 우군으로 분류되던 한국투자증권 등의 이탈과 MBK·영풍 연합의 지분 확대로 지분 격차가 더욱 커진 상황이라 판세를 확 뒤집을 만한 묘수는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MBK·영풍 연합은 전날 공시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1.36%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4일 완료된 공개매수(5.32%)를 더하면 6.68%의 지분을 최근 취득했다. 기존 영풍 및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 33.13%을 포함하면 총 지분율은 39.83%에 달하는 셈이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권 환산 기준으로는 약 45%로 추산된다.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국민연금(지분 약 7.5%)이 만약 주총 표 대결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MBK·영풍이 의결권 과반을 확보할 가능성이 대폭 높아진다. 이 경우 MBK·영풍이 주총 표 대결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49.6%로 계산된다.
고려아연 임시주총은 이르면 연내 열릴 가능성도 있다. MBK·영풍은 이달 1일 주총 소집 허가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이 허가하면 임시주총은 늦어도 내년 1월 중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은 이르면 오는 13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유증 철회 여부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