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추경`→`벚꽃 추경`?…선거전에 밀려 희망고문 될 수도

17일 예결위 열리지만 여야정 입장차 여전…합의 난항
①여야 극적 합의 ②與 단독 통과 ③대선후 협의 가능성
홍남기 "추경 통과 즉시 집행"…신속 처리 의지 재확인
  • 등록 2022-02-16 오후 5:06:26

    수정 2022-02-16 오후 9:07:57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여야정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여당이 제시한 처리 시한을 넘겼고 본격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돼 관심도가 낮아졌다.

서울 광진구의 한 음식점이 점심시간임에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추경 편성의 취지였던 신속 집행의 타이밍을 놓친 정부뿐 아니라 방역지원금을 기다리던 소상공인들도 희망고문의 시간만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달 중 여야가 극적 합의하거나 거대 여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대로 가다간 대선 이후로 밀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추경안 14조→16조 늘어도 부족하다는 여야

16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여야는 오는 17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처음 제출한 추경안은 14조원 규모로 소상공인 320만명에 방역지원금 300만원 지급, 손실보상 재원 1조9000억원 확충 등을 담았다. 이를 두고 여야가 각각 35조원, 50조원으로 증액을 요구하면서 협의에 차질이 빚어졌다.

정부는 사각지대를 보완해 16조원 규모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정치권과 시각차가 크다. 앞으로 추경 통과 시나리오를 예측하자면 여야가 합의해 이번 주라도 본회의 상정·의결하거나 여당의 이달 중 단독 처리, 아니면 대선 후 처리 등으로 좁혀진다.

17일 예결위에서 여야가 합의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가장 낮다는 게 국회와 관가 시각이다. 최대 쟁점인 방역지원금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여야가 합의한 방역지원금 1000만원에서 선회해 300만원 선지급까지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이 동의하지 않고 있다.

야당 입장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여당의 제안을 굳이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예결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인 이종배 의원이 맡고 있어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예결위를 통한 본회의 상정이 사실상 어렵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대선 전 추경안의 국회 통과가 한시도 급한 여당이 이달 임시국회 회기 내 야당과 합의 없이 단독 처리할 수도 있다.

국회법 85조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천재지면이나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등의 경우 안건에 대해 심사 기간을 지정할 수 있다. 기간 내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바로 본회의 부의가 가능하다.

여당이 정부와 협의해 소폭 증액 수준으로 추경안을 만들고, 국회법을 이용해 본회의에 단독 상정한다면 의석 180석을 동원해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국회를 대표하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당의 입장에 손을 들어줘 본회의에 안건을 올리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다음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신속한 소상공인 피해 회복 지원이라는 설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선 정국에서 여야 합의를 무시할 경우 야당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돼 정치적 부담을 질 수도 있다.

방역조치 완화, 3월로 밀리면 재편될 수도

여야간 정치적 논리가 첨예한 가운데 추경 집행의 ‘골든타임’을 놓치다보니 아예 처리 시점이 대선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현재 야당은 구체적 협의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정부로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추경안은 기한이 없기 때문에 처리 시점이 뒤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대선을 마치고 차기 대통령 주도로 추경을 편성할 가능성도 나오는 만큼 이번 추경안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지난 7일 예결위에서 “다음 정부가 임기 초에 보통 추경을 편성해 재정지출안을 다시 짠다”며 올해 추가 추경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추경안이 몇 달째 국회에 계류된 사례는 많다. 가장 최근인 2019년에도 미세먼지 대응 등을 목적으로 추경안을 편성했다가 3개월 이상이 지난 8월에서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사업 내용도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 등으로 개편됐다.

대선 후 추경을 논의한다면 사업 내용도 상당 부분 수정이 불가피하다. 오미크론에 대응한 방역 체계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돼 소상공인 경영 여건이 개선될 경우 방역지원금보다는 다른 형태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 사업을 재편한다면 보편적인 지원보다는 피해계층을 좀 더 선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도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선거를 염두에 둬 재정에 부담을 주는 추경을 편성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회의 소상공인 지원 추경안의 신속 처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추경이 미뤄질 경우 지원 대상의 반발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여야 모두 부담이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자영업비대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신속한 추경 처리를 촉구했다. 연합회 회원들은 같은 날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코로나19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홍 부총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한편 홍 부총리는 이날 관계장관회의에서 “국회에서 심의 중인 추경안이 통과되는 즉시 피해부문 지원, 취약계층 일자리 회복 등을 위한 추경사업 집행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며 신속한 국회 처리와 집행 의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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