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찾은 반기문 "윤석열 실언, 깨우치는 계기 될 수도"

  • 등록 2021-11-09 오후 6:27:30

    수정 2021-11-09 오후 10:02:16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를 한 가운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두고 “참배를 계기로 또다시 깨우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9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반 전 총장은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 인권 존중을 위해 희생하신 5·18 민주영령님께 깊은 경의와 조의를 표합니다’라고 적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참배 후 취재진과 만난 반 전 총장은 “후세대들은 5·18 희생으로 민주적인 사회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을 하고 오랫동안 기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9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어 윤 후보가 오는 10일 5·18 민주묘지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소식에 대해선 “5·18민주묘지는 모든 사람에게 민주주의 인권 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가르치는 중요한 장소”라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도 여기 와서 영령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 자체로 받아들이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제가 정치적 발언을 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강조하면서도 “설령 실언했다 할지라도 참배를 계기로 또다시 깨우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반 전 총장은 “자기 자신이 아닌 국민 전체와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 앞에서 우리가 여야, 정치적 이견을 가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강북구 국립 4·19 민주묘지에서 학생혁명 기념탑 참배 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윤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두고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발언해 뭇매를 맞았다.

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반려견 토리에게 사과를 건네는 사진을 게재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국민을 조롱하는 듯한 행동으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결국 윤 후보 측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오는 10일과 11일 광주 방문을 예고했다.

하지만 50여 개 지역 시민·노동·인권·여성·환경·문화단체는 이날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 주고 약 주는 정치쇼로 5·18정신을 더럽히지 말라”며 광주 방문을 반대하는 뜻을 내비쳤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전날 윤 후보를 향해 “광주 방문 기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올바른 역사관, 진정성 있는 사과, 당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을 확실하게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오는 10일 개막하는 빛가람 국제전력기술 엑스포(빅스포) 기조연설자로 초청받아 광주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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