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은 없다"지만…코로나 감염 폭증에 다시 셔터내리는 美

26개 주 확산세…텍사스주 "용인할 수 없는 속도"
12개 주 ICU 사용률 70% 넘어…"제2의 뉴욕" 우려
트럼프 "경제활동 재개" 방침에도 자체 휴업 움직임
  • 등록 2020-06-25 오후 4:18:33

    수정 2020-06-25 오후 9:20:00

△2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비치에 있는 음식점에서 사람들이 저녁을 먹고 있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미국의 경제회복 시기가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셧다운은 없다”며 경제 활동 재개를 서두르고 있지만, 발밑에서 차오르는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대한 두려움은 미국 곳곳의 상점 문을 닫게 하고 소비활동 역시 위축시키는 모습이다.

경제활동 재개 빨랐던 州, 코로나 확진자 ‘폭증’

코비드 트래킹 프로젝트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기준 만 하루 동안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만8672명 늘었다. 특히 경제활동 재개가 빨랐던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등 남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지난 24시간 동안 7149건, 텍사스는 5551건, 플로리다는 5511건을 기록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역시 1721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며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다.

감염자 1명이 몇 명을 추가로 더 감염시키는지를 나타내는 ‘재생산지수’(R값)는 26개 주(州)에서 1을 넘어섰다. R 값이 1를 넘어서면 확산세를, 1 미만으로 떨어지면 감소세를 의미한다.

서부 애리조나는 인구 10만명당 신규 감염자가 38명으로 5월 말과 비교해 5배 이상 늘어났다. 남부 텍사스도 같은 기간 3배 늘어났다. 그렉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는 23일 “용인할 수 없는 속도로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초기에 감염자를 찾아내 격리 조치를 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하루 신규 감염자가 수천 명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미 방역 체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애리조나주의 경우 농후 접촉자를 추적하는 직원 100명에 불과하지만 하루 확진자는 2000명이 넘는다.

일각에서는 뉴욕에서 일어났던 의료 붕괴 현상이 재발할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질병예방센터(CDC)는 중증 환자들이 사용하는 집중치료실(ICU) 사용률이 70% 미만이어야 경제활동을 재개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애리조나 등 12개 주가 이미 이 기준을 넘어섰다. 텍사스 휴스턴 시내의 병원에서는 ICU 사용률이 97%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규 확진자 수가 매일 늘어나는 것과 달리 신규 사망자 수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 4월의 30%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상대적으로 중증화 가능성이 낮은 20~30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감염자의 상태가 악화하기까지는 시간 차가 있는 만큼 현재 사망률이 낮아졌다고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

미국 워싱턴대학교는 사망자 수가 가을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해 10월까지 약 2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봤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이날 기준 11만5531명에 달한다.

상황이 심상치 않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소속 주지사는 봉쇄 조치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애보트 주지사는 “도시를 다시 봉쇄하는 것은 마지막 선택”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등 행정부 핵심 관계자들도 “2차 봉쇄는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경제활동에도 영향…소비회복도 둔화

이미 실물 경제에는 경제활동이 둔화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이날 휴스턴 지역 7개 애플스토어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9일 플로리다·애리조나·노스캐롤라이나·사우스캐롤라이나 등 4개 주에서 운영 중인 애플스토어 11곳을 폐쇄한다고 밝힌 지 5일 만에 추가 폐쇄를 발표한 것이다.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재개장 연기를 요구하는 서명.
플로리다 디즈니월드에서는 직원들이 재개장 연기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활동을 하고 있다. 서명은 이미 9000명을 넘어섰다. 디즈니는 당초 7월17일이었던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의 재개장 시기를 연기한다고 밝혔다.(▷관련기사 : 디즈니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 재개장 연기”)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디즈니는 7월 24일 예정이었던 ‘뮬란’의 개봉날짜를 연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외식시장에서도 다시 영업을 정지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텍사스 트리뷴에 따르면 오스틴, 댈러스, 휴스턴, 샌 안토니오, 샌 마르코스 등 지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문을 닫는 음식점과 술집이 늘어나고 있다.

소비 개선세가 한풀 꺾일 가능성도 있다. 미국 조사회사 플레이서.에이아이(Placer.ai)에 따르면 월마트의 지난 15~21일 고객 수는 전년동기 대비 4% 감소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차이다. 한때는 ‘진앙지’라고 불릴 정도로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으나 최근 들어 감소세가 뚜렷한 뉴욕주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 증가한 반면, 캘리포니아주와 플로리다주는 12% 감소했다.

경제활동 재개가 곧 감염자 재확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다른 주들 역시 더욱 신중해지는 모양새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쇼핑몰과 극장, 체육관 등 상업시설이 영업 재개를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뉴욕 일부 지역에서는 일부 상업시설들이 영업을 재개한 상태다.

미국 동부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등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코로나 감염상황이 일정기준을 초과한 8개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14일간 자가격리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플로리다, 텍사스, 애리조나 등 6월 들어 감염자 수가 급증한 남부 지역 대다수에 적용된다. 자가격리를 위반하면 1000달러(120만7000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경제 회복을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는 하락했다. 이날 뉴욕 증시가 약 2주 만에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한 데 이어 25일 한국 코스피 지수는 2.27%, 일본 닛케이 종합평균지수는 1.22% 내렸다. 호주 ASK200 지수도 2.48%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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