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동결론 부상 왜?…갈길 바쁜 트럼프 선거용 치적 포장

NYT "美행정부 내 '핵 동결' 초점 맞춘 새 협상안 구체화"
美국무부 부인 불구, 단계적 목표 설정 가능성 주목
내년 美대선 앞두고…트럼프, '외교성과'로 포장할수도
'매파' 볼턴 Vs '비둘기파' 폼페이오 충돌設…볼턴 배제?
  • 등록 2019-07-02 오후 4:19:17

    수정 2019-07-02 오후 4:19:17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사진 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 간 이른바 ‘깜짝’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양국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예정이다. 미국 행정부 내부에서 ‘핵 동결’에 초점을 맞춘 새 협상안이 구체화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등장했다.

미국 행정부는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하노이회담에서 핵 담판 결렬의 쓴맛을 맛본 양측이 더 유연한 접근법을 구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핵 동결이 향후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의 종착점으로 가는 로드맵에서 초기 ‘입구’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다만, 이 시나리오는 사실상 일종의 ‘핵 군축 협상’으로, 북한에 핵보유국 지위를 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만큼, 진위를 떠나 논란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내 ‘핵 동결’을 고려 중인 비둘기파와 ‘빅딜론’을 고수하는 매파 간 갈등이 가시화한 상황에서 내년 미 대선을 앞두고 ‘외교 성과’가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이 비둘기파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북한과 일종의 불완전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빅딜 대신 스몰 딜..북핵 동결안 부상

발단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서 비롯됐다. ‘새 협상에서 미국은 북핵동결에 만족할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NYT는 북·미 정상 간 판문점 회동이 열리기 몇 주 전부터 트럼프 행정부 내 관리들이 새로운 협상을 위해 ‘핵 동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당장 ‘빅딜’ 접근법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보도를 부인했다. 미 국무부는 “우리는 현재 어떠한 새로운 제안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며 “우리 목표는 여전히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고 했다. 대북(對北) ‘매파 중의 매파’인 존 볼턴(아래)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도 전면에 나섰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어떠한 NSC 참모도 북한의 핵 동결에 만족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논의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이에 대한 응분의 대가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경고성 멘트까지 날렸다.

그러나 미국이 ‘핵 동결’을 북·미 대화의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는 분석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최종 목표가 아닌 ‘완전한 비핵화’의 초기 목표 정도로 상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핵 동결이 비핵화 로드맵 합의 등이 포함된 보다 광범위한 패키지의 일부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NYT는 후속 보도에서 “이 아이디어를 고려 중인 관리 중에는 고위 외교관들도 포함돼 있다”고 적었다.

문제는 이 접근법이 현재의 북핵(핵시설과 핵탄두) 상태를 사실상 유지하는 것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과 같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20∼60개로 추정되는 기존의 핵무기를 없애지 못하고, 북한의 미사일 능력도 제한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핵 동결 자체는 목표가 될 수 없다”며 “이를 수용하는 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사진=AFP
◇美대선 앞두고…‘슈퍼 매파’ 볼턴 배제?

핵동결 접근법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와 무관치 않다. 시간이 촉박한 트럼프 대통령이 핵 동결을 ‘하나의 승리’로 포장, 미 유권자들에게 선전할 것이라는 얘기다. NYT는 “핵 동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위기 중 하나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썼다.

이런 가운데 국무부가 볼턴 보좌관을 배제한 채 자체적으로 ‘핵 동결’ 시나리오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분석도 온다.

볼턴 보좌관이 ‘핵 동결’을 논의하지 않았다는 주체를 NSC로 국한한 점, ‘응분의 대가’를 운운하는 등 행정부 내 관리들을 향해 격노한 점 등의 이유에서다. 즉, 행정부 내에서 기존의 빅딜론에서 한발 물러나려는 논의를 사전 차단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보좌관 간 ‘충돌설’도 제기된다.

NYT는 “최근 들어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에 민감하게 대응한 반면, 볼턴은 그렇지 않았다”고 전했다. 판문점 회동에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만 배석시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비둘기파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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