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카카오 가입보험 보장한도 딱 '3억'…피해보상 어쩌지

카카오뱅크·페이 각각 50억·15억원...모빌리티 1억원
SK C&C, 배상책임보험 한도 70억원 수준에 불과
보험업계 “보험 통한 고객 보호·리스크 관리 미미”
  • 등록 2022-10-20 오후 6:59:06

    수정 2022-10-20 오후 9:36:50

카카오톡 오류창.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카카오 먹통 사태로 손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증언이 잇따르면서 보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와 SK C&C가 가입한 보험의 종류와 한도가 제한적이라 보험금을 통한 고객 보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험 가입 리스트를 살펴보면 리스크관리와 소비자 권리 보호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20일 관련 금융당국에 따르면 카카오가 가입한 ‘전자금융거래배상책임보험’의 배상 한도가 3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의 대표적인 금융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전자금융거래배상책임보험 한도는 각각 50억원, 15억원 수준이다. 카카오증권은 30억원을 가입했고 카카오T택시를 운영 중인 카카오모빌리티의 가입규모는 1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해당 보험을 취급한 보험사는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이다.

카카오가 가입한 유일한 배상책임보험이 ‘전자금융거래배상책임보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 보상액을 통해서는 불편을 겪은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어렵다는 게 금융업계의 분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자금융거래배상책임보험은 의무보험이기 때문에 카카오를 비롯한 카카오페이, 증권, 은행 등 개별 회사가 가입하는 구조”라며 “카카오가 의무보험 이외 다른 보험은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사고 조사가 마무리돼야 보상 대상을 판단할 수 있을 텐데, 실제 가입된 보험의 한도가 크지 않아 보험을 통해 충분한 보상을 받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자금융거래배상책임보험은 전자금융거래법에 의한 의무보험이다. 금융기관이나 전자금융업자가 전자금융거래 및 전자 지급거래 등을 통해 정보가 유출되거나 사고로 인해 이용자에게 피해를 입혀 법률상의 손해배상 책임을 질 경우 보험금이 지급된다.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페이 설립 이전에 활용됐던 페이 기능이 일부 남아 있어 전자금융거래업자에 속해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자체적으로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을 등록해 전자금융거래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외 카카오뱅크 및 카카오페이·카카오증권 등은 금융사이자 전자금융업자라 전자금융거래배상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한다.

문제는 전자금융거래배상책임보험의 보장금액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법에서 정한 최소 보장금액이 적은 데다 카카오가 설정한 한도도 크지 않아 먹통 사태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전부 보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자금융감독규정 제5조에 따르면 전자금융사고 책임이행을 위한 보험 가입에 대한 기준은 업권별로 다르다. 최소 보장금액으로 보면 전자금융업자 1~2억원, 증권사 5억원, 은행 20억원 수준으로 설정돼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가 위기 경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타이밍에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보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장 내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는 카카오지만, 가입한 배상보험 한도를 보면 이를 가지고 소비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기엔 택도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가기 위한 새로운 모멤텀을 형성하기 위해 중요한 시점인 만큼 적절한 보상과 리스크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K C&C 상황도 비슷하다. SK C&C는 데이터센터 사고와 관련해 입주사에 보상하는 배상책임보험과 자사 피해를 보장하는 재물 피해 보상 보험, INT E&O보험(정보 및 네트워크 기술에 대한 전문직 배상책임보험) 등에 가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 계열사가 가입한 전자금융거래배상책임보험보다 한도가 높긴 하지만 대부분 SK C&C 건물 관련 보상이라 이 역시 고객 배상에 활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건물 화재로 피해를 본 손실을 보상하는 재물 피해 보상 보험의 한도는 4000억원 수준인 반면 소상공인들이 보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상 책임 보험의 한도는 7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INT E&O보험의 보상 한도는 10억원, 전자금융거래 배상 책임 보험의 보상 한도는 7억원 수준이다.

이들 보험은 현대해상, 롯데손해보험 등 다수의 보험사가 공동 인수 형식으로 계약했다. 재물피해보상보험은 현대해상(40%), 롯데손보(30%), KB손보(20%), 삼성화재(10%)의 비율로 가입돼 있고, 배상책임보험은 현대해상(60%), 롯데손보(40%) 비율로 가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과 카카오의 선택에 따라 고객 배상 규모와 대상이 정해지겠지만, 기본적으로 SK C&C가 가입한 보험들을 보면 카카오의 직접적인 피해만 보상하게 돼 있다”며 “가입된 보험만으로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한 고객 피해를 모두 보상하기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는 지난 19일 오전 긴급 기자 회견을 열고 재발 방지책과 보상안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정확한 피해규모 산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유료 서비스 이용자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보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이 추정하는 카카오의 단순 피해액은 22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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