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기사는 멋쩍은 표정으로 룸미러를 통해 자리에 앉는 노인을 지켜보다가 다시 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기사에게 승차 거부를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저런 분들 다 지적하면서 내리라고 하면 운행 시간표가 꼬일 수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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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운전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의 승차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첫날, 마스크를 미처 챙기지 못한 승객들이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마스크 미착용 승객의 대중교통 탑승을 제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마스크 미착용을 이유로 한 승차 거부엔 한시적으로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제도 시행 첫날 26일, 서울 시내 버스 정류장 곳곳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이 버스 탑승을 거부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버스 기사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턱에 걸친 채 버스에 오르려는 승객에게 “마스크가 없으면 버스를 탈 수 없다”, “마스크를 제대로 써 달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기사의 제지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버스에 무작정 오르는 승객들도 일부 있었다. 이 때문에 버스 기사들 사이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 모두를 승차 거부하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마스크 미착용 승객에게 승차 거부를 통보해도 승객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버스 기사 이모(55)씨는 “탑승 때 한 번 이야기하면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는데, 100명 중의 1명 정도는 말을 듣지도 않고 버스에 탄다”며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해서 이미 버스에 탄 사람을 끌어 내릴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성토했다. 또 다른 기사 B씨는 “괜한 승강이를 벌이기 싫어 한 번 이야기해서 안 들으면 그냥 무시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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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 정모씨는 “무조건 승차 거부는 너무 매정한 거 같아서 대부분 태우려고 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기사 박모(61)씨는 “기사들로선 당장 마스크를 안 쓴 승객을 피할 수 있게 됐지만, 결국 승객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담은 기사들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승객들은 날씨가 더워져 답답하긴 해도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려면 마스크 착용은 기본적인 예절이라고 강조했다. 버스 승객 최모(75)씨는 “사람이 모이는 실내에선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마스크를 끌어 올렸다.
한편, 이번 조치로 버스·택시 대중교통 운전자들도 차 안에 승객이 있을 땐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중 운수 종사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는 버스가 9건, 택시가 12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