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인사에 뿌듯" 대학 60대 미화원, 자취생들에 김치 전달

심현주(63·여)씨 제안에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 열려
학생·미화원·경비·총장 등 50여 명 참석해 70포기 전달
"'엄마 손맛' 김치 먹을 수 있어 감사"
  • 등록 2016-12-12 오후 4:45:01

    수정 2016-12-12 오후 6:55:42

지난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순헌관 광장에서 학생과 미화원, 경비원, 교직원 등 50여 명이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숙명여대)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제대로 음식을 못 챙겨 먹을 자취생들이 김치라도 좋은 걸 먹었으면 했어요”

숙명여대에서 6년 넘게 미화원으로 일한 심현주(63·여)씨는 보람있는 일을 찾다 자취하는 학생들에게 직접 담근 김치를 전달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심씨는 같이 일하는 미화원들에게 “돈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같이 김치를 담가 학생들에게 나눠주자”고 했다. 동료들은 흔쾌히 승낙했다.

따뜻한 마음이 모이자 후원금도 모였다. 심씨가 사비를 내자 그가 소속된 업체와 교내 경비업체 등도 비용을 보탰다. 심씨는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측에도 연락했다. 학생들은 “교내 구성원들이 모여 하루 동안 김장을 하는 행사를 기획해보겠다”며 판을 키웠다.

결국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순헌관 광장에서 학생과 미화원, 경비원, 교직원 등 50여 명이 참여한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가 열렸다. 강정애 총장도 참여해 일손을 보탰다.

이날 행사에서 담근 김치는 총 250포기였다. 이 중 70여 포기가 학생 30명에게 전달됐고 나머지는 교내 근로자들이 나눠가졌다. 김치는 총학 비대위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내가 김치를 받아야 하는 이유’란 주제로 사연을 올려 뽑힌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김치를 받은 경영학부 3학년 김민지씨는 “자취하는 학생들은 음식을 챙겨 먹는 게 굉장히 힘든데 ‘엄마 손맛’ 김치를 먹는 호사를 누릴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심씨 등은 행사에서 돼지고기 수육도 삶아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김장김치에 고기를 쌓아서 입에 넣어줬다. 심씨는 “아이들에게 김치를 손으로 직접 먹여줬는데 많이들 맛있다고 해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그는 “요즘 지나가는 학생들이 알아보고 ‘감사합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해주는데 신기하고 그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라며 “올해 처음으로 이런 일을 해봤는데 내년에도 반드시 할 계획이고 벌써 논의를 시작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학교 측은 김장 행사가 종료된 뒤 감사의 표시로 심씨에게 금일봉을 전달했다. 총학 비대위는 미화원 등에게 답례를 할 예정이다.

김성은 총학 비대위원장은 “김장 행사 날부터 12일까지 학생들로부터 약 170만원 정도 모금을 받았다”며 “목도리나 장감 등 방한용품을 사서 전달해 어머님들께 김치를 맛있게 잘 먹었다는 인사를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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