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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건설시장이 장기 침체의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부동산시장을 옥죄는 ‘3대 악재’(청약 자격 강화·대출금리 상승·집단대출 규제)로 주택사업에 빨간불이 켜진 탓이다. 이미 해외시장은 수주 가뭄에 저가 수주로 손실이 큰 상황에서 국내 주택시장까지 한파가 몰아칠 경우 손 쓸 방법이 없다. 증권가에서는 주택·건설업계가 벌써 장기 저성장 국면에 돌입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4일 금융위원회는 분양아파트의 집단대출 성격이 큰 잔금대출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년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기존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내년 1월 분양공고분부터는 잔금대출에 대해서도 거치기간 없이 원리금 분할상환해야 한다. 특히 모든 채무를 한꺼번에 들여다보는 총체적 상환능력평가심사(DSR)도 가계 대출에 도입된다.
전문가들 “주택시장 전반 침체…계약 포기자 속출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분양시장에 적잖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내다봤다. 대출 규제에 따른 자금 마련 부담으로 투자수요는 물론 내집 마련 실수요도 크게 줄면서 분양시장이 빠른 속도로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11·24 대책으로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과 실수요자의 주택시장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11·3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주택시장이 침체하는 분위기에서 대출 규제까지 가해지면서 시장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계약 및 입주 포기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앞선 8·25 가계부채 대책 이후부터 대출 심사가 강화돼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데 이번 후속 대책으로 잔금 대출이 까다로워지면 내년 1월부터 분양하는 아파트에 청약 당첨이 되더라도 자금력이 떨어지면 계약 및 입주를 포기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잔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면서 자칫 입주 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건설업계 “시장 위축 우려…내년 분양 물량 10~20%씩 줄일 것”
해외 수주 절벽으로 국내 주택시장 의존도가 높아진 건설업계도 이번 대책으로 가뜩이나 최근 위축된 주택시장이 더 얼어붙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년 분양사업 계획을 어떻게 짜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까지만 해도 각종 당근책을 쏟아내며 부동산시장 살리기에 힘을 쏟던 정부가 8·25 가계부채 대책 이후부터 주택시장을 짓누르기만 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당장 내년 분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에 악재가 이어지자 건설사들은 내년도 분양 물량을 줄이는 등 보수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내년 분양 목표치를 올해(약 2만 가구)보다 10~20% 줄여 잡을 예정이다. GS건설도 올해 2만 8000만 가구에서 내년에는 10% 이상 분양 물량을 줄일 방침이다. 조재호 GS건설 주택사업담당 상무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대출금리 상승으로 내년 분양시장은 사업장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서울·수도권 및 입지가 좋은 곳 위주로 분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올해 신규 분양 아파트는 45만 4000가구로 지난해 나온 물량(48만 7000가구)에 비해 6.6% 줄었다”며 “내년에는 약 38만 가구로 올해보다 1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작년과 올해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초라한 데다 내년 상반기엔 내수시장도 주택사업으로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건설업은 장기 저성장 또는 역성장 국면으로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라고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