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2일 오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이란의 ‘벨라야트 이 파키르’(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만나 북핵(北核) 등 한반도 정세는 물론 경제, 외교의 큰 틀을 논의한다. 하메네이가 이란 내 최고 권력기구인 혁명수호위원회 위원 12명 중 6명을 지명하며 대통령 인준해임권, 사법부의 수장과 군사령관, 국영 언론사 사장 임명권 등을 행사하는 명실상부한 1인자인 만큼 그와의 면담 자체만으로도 중동 외교의 패러다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슬람권의 종주국을 자처하며 중동의 양대 맹주로 군림하는 이란과 사우디는 최근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 이후 원유시장 점유율을 놓고도 치열한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을 놓고 사우디가 고운 시선을 보낼리 없다는 게 중동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사우디와 이란 간의 관계를 충분히 유념하고 있으며, 이익의 균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외교적 방안을 강구 중”(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이라고 설명했지만, 대(對)사우디 외교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이후 정부 고위 관계자가 사우디를 찾는 등의 사우디를 비롯한 수니파 국가들을 달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