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50년 된 옷 왁싱 후 새 옷처럼" 바버, 빈티지 전시 가보니

128년 역사 英 패션 브랜드 국내 첫 전시
1980년대 제작 희귀 빈티지 7종 선봬
승마·등산·낚시·사냥 등 야외 활동 특화 제품
왁스 재킷 리왁싱해 오랜 시간 멋스럽게 보관
  • 등록 2023-05-09 오후 5:03:12

    수정 2023-05-10 오전 8:13:04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LF(093050)가 수입·판매하는 영국 패션 브랜드 ‘바버’가 국내 처음으로 아카이브 전시를 열었다. 지난 128년간 5대째 이어온 장인 정신을 기반한 브랜드 철학을 알리기 위해서다.

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LF 라움 이스트에 전시된 바버 빈티지 제품. (사진=백주아 기자)
9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LF 편집숍 ‘라움 이스트’ 1층 바버 매장에는 영국에서 온 오리지널 빈티지 상품 7종이 전시됐다. 제작된 지 40여년이 흐른만큼 세월의 흔적과 함께 빈티지 제품에서 느낄 수 있는 멋스러움이 느껴졌다.

지난 1894년 설립된 바버는 변덕스러운 영국 날씨에 선원들의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겉옷을 선보이며 출발했다. 원단에 왁스를 발라 방수와 방풍 효과를 극대화한 재킷으로 이름을 알린 바버는 1·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표준 군복으로 채택되며 영국 국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이번에 전시한 바버 왁스 재킷은 1980년~1990년대 제작된 제품이다. 바버의 의류는 승마, 등산, 낚시, 사냥 등 아웃도어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기능성과 실용성이 두드러졌다. 바버 가문 3대손인 던컨 바버가 모터사이클용으로 기획한 ‘인터내셔널 재킷’, 4대손 존 바버가 디자인한 ‘더럼 재킷’ 등 제품마다 특별한 이야기가 존재했다.

바버 제품 중에서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굵직한 아이템이 탄생한 1980년대에 제작된 상품이 특히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전시 제품 중 ‘비데일 왁스 재킷’은 2개의 영국 왕실 보증 라벨을 볼 수 있다. 이 라벨은 당시 찰스 왕세자(현재 찰스 왕)으로부터 세 번째 로열 워런트를 받기 전에 생산된 옷을 의미하는 것으로, 바버의 빈티지 수집가들로부터 희소성을 인정받아 빈티지 시장에서 10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LF 라움 이스트 바버 아카이브 전시회에 왁스 재킷의 리왁싱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리왁스 스테이션’에서 왁싱을 하는 모습. (사진=백주아 기자)
바버의 의류는 리왁싱을 통해 옷을 오랜 시간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부분의 옷은 시간이 지날수록 원단에 발라진 왁스 성분이 줄어드는데 이때 리왁싱을 하면 다시 처음과 같은 왁스 재킷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바버의 리왁싱 작업은 브랜드 고유의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허정현 LF 수입2 팀장은 “100년 전부터 바버는 원단에 왁스를 발라 옷을 관리하는 것을 권장해왔다”며 “잘 관리만 하면 대대로도 입을 수 있어 영국 사람들에게는 국민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바버 매장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바버는 현재 실용적 라인을 넘어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라이프스타일 컬렉션 제품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며 전 세계 55개국 이상에 진출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 중이다. 국내에서는 LF가 2021년부터 수입·유통을 전개하고 있다. LF는 이번 전시를 통해 바버의 근간이 되는 유산(헤리티지)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LF 바버 관계자는 “최근 고객들은 제품 구매를 넘어 브랜드의 역사를 탐구하고 차별화된 가치 찾기를 즐기면서 팬덤으로 진화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번 전시회가 국내 바버 팬들에게 바버의 오랜 헤리티지와 리왁싱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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