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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경제 봉쇄를 해제하면서 대중 수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에 올 상반기에도 상품수지는 적자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 수지는 해외 여행 확대, 수출화물운임 하락 등에 적자폭이 커질 전망이다. 암울한 전망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이 되는 것은 본원소득수지다. 본원소득수지는 역사상 처음으로 상품수지를 앞질렀다. 국내 기업이 해외 현지법인한테 받은 배당소득이 경상수지를 구조적인 흑자로 바꿔줄 ‘신흥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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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간 상품적자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연간 및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작년 경상수지는 298억3000만달러 흑자로 2011년(166억4000만달러)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상수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150억6000만달러 흑자로 1년 전보다 흑자폭이 606억7000만달러 줄어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117억5000만달러) 이후 가장 흑자폭이 작았다. 수출과 수입이 각각 6904억6000만달러, 6754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게 무색해졌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부국장은 “에너지 수입 흐름, 주요국 경기, IT업황에 따라 경상수지의 월별 흑자, 적자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를 280억달러 흑자로 작년과 비슷하게 전망했는데 올 상반기는 20억달러 흑자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경상수지의 방향성을 좌우할 상품수지에는 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12월 수출은 556억7000만달러로 전년동월비 10.4% 감소하며 넉 달째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입 마저 561억5000만달러로 2.7% 감소, 2년 만에 감소 전환했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8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는 등 에너지 가격 하락에 석유제품 수입이 25.6% 감소했고 반도체(-11.2%), 가전제품(-8.1%) 등도 감소하며 국내 수요 둔화를 보여줬다. 상품수지는 중국 경제 활동 재개로 이르면 2분기 대중 수출 증가 전환, 하반기 반도체 경기 개선에 따라 흑자 전환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서비스 수지는 적자폭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 수지는 작년 55억5000만달러 적자로 2000년 이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12월엔 13억9000만달러 적자로 적자폭이 6억3000만달러 확대됐다. 작년 상반기 수출화물운임이 오르면서 운송수지 흑자가 서비스 수지 적자를 줄여줬으나 화물운임이 하락세로 전환했다. 작년 12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76.9%나 급락했다. 여행수지 역시 해외 여행 재개로 11억4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중국인의 국내 여행이 재개된다고 해도 단체 여행에서 우리나라가 제외되는 등 여행수지 적자를 완화할 요인들이 반감되고 있다.
4년 연속 사상 최대 경신하는 본원소득수지, 상품 적자 메워주나
이는 2014년 우리나라가 순대외금융자산국으로 전환한 데다 국대 대기업들이 꾸준히 해외 현지법인 설립 등을 통해 해외 직접투자를 늘린 결과물이다. 작년 해외 직접투자는 664억1000만달러로 역대 1위를 기록, 2021년(660억달러)의 기록을 경신했다. 월 단위로 보면 해외 직접투자는 2001년 9월 이후 21년 넘게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 현지법인 설립 등 투자를 통해 얻게 되는 배당소득이 꾸준히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순대외금융자산국으로 전환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의 경우 상품수지 적자를 본원소득수지가 메우는 구조를 이어오고 있다”며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은 202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36.4%까지 늘어났고 순대외금융자산이란 것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지급할 이자, 배당보다 해외로부터 수령할 이자 및 배당 규모가 많아질 수 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 글로벌 분절화, 국내 기업의 해외 설비투자 확대 등이 상품수지에는 부담이나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경상수지 흑자 구조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