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최저 연 3.7%의 고정금리 주담대로 갈아탈 수 있게 해 주는 안심전환대출이 과거와 달리 흥행에 참패하며 당국이 접수를 연장하기로 했다. 과거보다 까다로운 자격 조건을 설정한 데다, 사실상 금리 이점도 크지 않은 점이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지난 6일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에서 한 고객이 직원에게서 안심전환대출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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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제3차 안심전환대출은 신청 접수 18일차인 지난 14일 누적 기준 약 3조6490억원, 3만5855건이 신청됐다. 신청 채널별로 보면 주택금융공사(홈페이지 및 스마트주택금융앱)로 1만8705건(2조11억원)이, 국민·기업·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의 6대 은행(모바일앱 및 영업 창구)으로 1만7150건(1조6479억원)이 접수됐다. 금액 기준으로 정부가 설정한 총 대출 한도인 25조원의 약 14.6% 수준이다. 애초 17일까지 19일간의 접수를 마치고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접수 마감을 하루 남긴 시점에서 접수가 기대치를 크게 밑돌자, 정부는 이날 안심전환대출 신청 기간을 이달 말까지 2주 간 연장하기로 했다.
안심전환대출이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신청 자격이 가장 먼저 꼽힌다.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주택 가격 4억원 이하 1주택자’의 올해 안심전환대출 신청 자격 요건은 오히려 2015년, 2019년에 비해 강화됐다.
1~2차 안심전환대출 당시 주택 가격 기준은 시가 9억원으로 같았다. 하지만 올해는 2015년과 2019년에 비해 집값이 오히려 급등했는데도 신청 자격 요건은 시가 4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로 대폭 강화하면서 수도권 주민 배제 논란을 낳기도 했다.
금리 인하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점도 올해 안심전환대출의 낮은 인기 원인으로 지적된다. 금리 지속 상승으로 시중은행의 주담대(혼합형) 상단 금리가 이미 7%를 훌쩍 넘어선 데 이어 연내 상단이 8%대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초저금리 시기인 2019~2020년 대출을 받은 이들로선 미래 금리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당장 더 높은 이자를 지불하기가 꺼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주담대 차주들이 대개 많이 선택하는 혼합형 금리 상품은 초기 5년은 고정금리로 하고 그 이후엔 6개월 단위의 변동금리로 바뀌는 방식”이라며 “2019년도에 혼합형 주담대를 받았다고 한다면, 현재 안심전환대출 금리가 실제 차주들이 지불하고 있는 이자보다 더 높은 상황인데 앞으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당장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하려고 하겠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구조적 원인 탓에 흥행에 실패한 것은 물론 이 과정에서 갖가지 논란까지 낳으며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신뢰는 더욱 바닥에 떨어졌다.
주금공은 내달 7일부터 주택 가격을 상향한 2단계 접수를 시작할 예정인데, 앞서 이와 관련 정부가 주택 가격 기준을 보금자리론 기준인 6억 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기존 보금자리론 차주들과의 역차별 논란이 제기됐다. 정부가 신청 요건과 방법 등 세부사항을 이달 말 별도로 안내하겠다고 한 것은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금공이 채권 시장 불안으로 앞서 취급한 보금자리론에 대한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에서 최근 몇 달 간 고전을 면치 못하자, 내년 초 발행하게 될 안심전환대출용 MBS에 대한 우려 역시 높아지고 있다. 다만 주금공 관계자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 커버드본드(MBB) 발행, 분할 발행, 은행 의무 매입 등 여러 대비책들을 많이 세워 놓고 있다”고 말했다.
주금공 측은 일단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연장 접수 기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주금공 관계자는 “최근 한국은행이 또다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고, 앞으로도 인상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려 본다는 취지에서 연장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