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을 위해 영국을 찾았으나 장례식 참석 뒤 조문록만 작성하게 됐다. 야권은 “조문하러 가서 조문 취소가 말이 되냐”고 물었고, 대통령실은 대통령 외교를 폄하하려는 곡해라고 반박했다.
| 노르웨이 국왕 하랄 5세가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엘리자베스 2세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있다. 영국 왕실은 일반 조문객과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각국 정상 등 특별조문객들은 홀 외곽의 상단 통로에서 조문을 하도록 했다.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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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대통령의 조문 취소 이유에 대해 캐물었다. 우리 시간으로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의 영국 도착이 알려졌으나 국회 건물인 웨스트민스터궁에 준비된 엘리자베스 2세 조문 공간은 윤 대통령이 교통 문제로 가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최 전 의원은 “조문하러 간 건데 조문취소라니”라는 제목의 글에서 “교통통제로 조문취소라니 최소한의 사전협의도 없었나 보다”고 추측했다. 이어 “영빈관 신축이 국격문제라는 정부여당, 대통령을 잘 모시지 않으니 이렇게 국격이 떨어지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또 “영빈관 신축취소야 국내 일이지만 조문취소는 국제적 외교 아마추어 아니냐”며 윤 대통령 외교 행사 때마다 반복되는 논란을 두고 책임자들의 역량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 역시 논평을 내 “윤 대통령 부부는 영국에 도대체 왜 간 것인가? 왜 다른 나라 정상들은 가능한데, 왜 대한민국 대통령만 불가능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안 대변인은 “G7 국가인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뤼도 캐나다 총리, 왕치산 중국 부주석은 물론이고 영연방 국가가 아닌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 부부도 국빈 자격으로 조문했다. 일반 시민의 조문 행렬에 직접 합류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부부도 오랜 시간을 대기한 뒤에 조문을 마쳤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교통 제한 문제 때문에 웨스트민스터궁을 직접 찾아 조문을 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대신 현장을 찾은 왕치산 부주석까지 유력국가 대표자들은 대부분 현장 조문을 마쳤다.
예외를 인정받아 리무진을 타고 웨스트민스터궁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사례도 있었으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차량 제한 때문에 경호 속에 직접 걸어서 웨스트민스터 궁을 찾기도 했다.
영미권을 비롯한 다수 서양국가들의 조문(funeral visitation)은 우리나라에서 빈소에 분향하는 것처럼 고인이 입관된 채로 있는 장소에 가 예를 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고인이 국가와 관련된 인물일 경우 이같은 조문 방식을 ‘Lying in state’라 해 격을 높여 지칭하기도 한다. 윤 대통령은 직접 영국을 찾았으나 이같은 통상적 조문은 하지 못한 셈이다.
| 18일(현지시간) 조문을 위해 걸어서 웨스트민스터 궁으로 이동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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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현지에서 “어제 이른 오후까지 도착한 정상은 조문할 수 있었고 런던의 복잡한 상황으로 오후 2~3시 이후 도착한 정상은 오늘로 조문록 작성이 안내됐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 방문 시간이 다소 늦어 조문록 작성을 안내받았을 뿐 조문을 하지 않은 것이 편의적인 결정은 아니었다는 해명이다.
김 수석은 “위로와 애도가 줄을 이어야 하는 전세계적인 슬픈 날에 확인되지 않은 말들로 국내 정치에 이런 슬픔이 활용되는 것은 유감”이라며 ‘외교 홀대’ 논란이 곡해라는 입장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