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각 계열사는 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지금의 사업 모델이나 영역에 국한해 기업가치를 분석해서는 제자리걸음만 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최태원 회장의 당부 이후 미래 먹거리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확대경영회의 직후 소재·화학 기업인 SKC는 솔루션·ESG 소재 산업에 집중하기 위해 필름사업을 사모펀드에 매각했고 SK가스는 신사업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 지분 매각을 단행했다. 최 회장 역시 이천포럼을 앞두고 최근 배터리·바이오·반도체 등에 그룹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빅피처를 제시하면서 향후 큰 폭의 사업재편 가능성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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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반도체 수요 둔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달 세계 최초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미터·10억분의 1m) 1세대 파운드리 양산에 돌입한 삼성전자는 3년 내 파운드리 사업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도 최근 마무리한 키운드리 인수를 계기로 파운드리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새판 짜기는 인력 조정 등 민감한 사안이 이어지는 만큼 저항이 비교적 적은 위기 상황에서 주로 나온다”며 “기업 입장에선 속도감 있게 밀어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너무 급작스러운 사업재편은 리스크가 뒤따를 수 있다”며 “검증되지 않고 내재화하지 않은 사업의 경우 서서히 재편이 이뤄지는 게 좋을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