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수억 원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는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성남시 등 ‘윗선 개입 의혹’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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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5시 15분께 유 전 본부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은 오는 1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당시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2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이자 대장동 아파트 분양을 맡은 이모 씨에게서 자금을 조달했고, 2014년 8월 서울 시내의 한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정 회계사가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한강유역환경청에 대한 로비 명목으로 유 전 본부장에게 2억 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1일과 7일 유 전 본부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유 전 본부장은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유 전 본부장은 2015년 2월 황 전 사장에게 사퇴를 압박한 당사자로 꼽힌다. 황 전 사장이 공개한 두 사람 간 녹취록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이 황 전 사장에게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과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었던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 등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며 사퇴를 독촉했다. 정 부실장 등이 녹취록에 등장한 탓에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 등 ‘윗선’과의 연결 고리로 꼽히기도 했다.
다만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에 해당 혐의는 담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지금까지 확보한 진술만으로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소명이 쉽지 않다고 보고,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창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만약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그간 논란이 됐던 황 전 사장 사퇴 압력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를 집중할 수 있게 돼 ‘윗선’ 수사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