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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을지로본점에서 만난 이봉기(31) 기업은행 IT정보부 과장은 자신이 업계 최초로 개발 중인 ‘IBK 실시간 보이스피싱 AI 탐지 앱(가칭)’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이 과장은 평소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 혹은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스스로 공부를 해오다가 2013년 입행 후 사내 자발적 학습조직(COP, community of practice)에 참여해 다른 직원들과 함께 교류와 학습의 폭을 넓혀갔다.
텍스트 마이닝이란 비·반정형 텍스트 데이터에서 숨겨져 있는 유용한 상관관계를 발견해 새롭고 유용한 정보를 추출해내는 기술이다. 빅데이터 활용이 많아진 요즘 방대한 데이터에서 목적에 맞는 유의미한 정보의 발굴·분석이 중요해진만큼 부쩍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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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장은 지난해 3월 보이스피싱 탐지 앱 연구·개발 COP리더가 돼 관심이 있는 직원들을 모아 5명이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업무와 별도로 자발적으로 하는 일인 만큼 주말과 여가시간을 할애해 외부 스터디도 다니며 연구에 매진했다. 그렇게 열정을 쏟은 결과 지난해 11월 기업은행 COP 사내 발표회에서 프로토타입(샘플)을 선보이고 올 1월 IT그룹 정식 업무로 채택 받을 수 있었다.
“앱 디자인과 UI(user interface) 및 시스템 구축 등 들어갈 비용이 많아 고민하던 중 지난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주관하는 ‘2018 빅데이터 플래그십 선도사업’에 응모해 선정됐어요. 4억8000만원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과의 연결을 통해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 중 개인정보를 삭제한 비식별 자료 8200여건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된 ‘터닝포인트(Turning point)’였던 거죠.”
보이스피싱 탐지 앱 구동원리는 이렇다. 주소록에 등록되지 않은 번호로부터 전화가 오면 미리 스마트폰(안드로이드 OS)에 설치해둔 해당 앱이 알림과 함께 자동으로 활성화된다. 발신자의 음성 정보가 텍스트 정보로 바뀌면 문맥·키워드·패턴 등을 실사례와 매칭 분석을 통해 보이스피싱일 확률을 시스템이 스스로 계산(딥러닝 기술)한다. 실시간 확률에 따라 통화 배경화면 색깔이 ‘초록(40% 미만)-노랑(40~60%)-주황(60~80%)-빨강(80% 이상)’으로 바뀐다. 80% 이상이 됐을 땐 “해당 전화는 보이스피싱이 의심됩니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예시)”라는 음성 및 문구가 진동 알림과 함께 안내된다. 이 판단 과정이 짧으면 1분 내외, 길어도 3분을 넘지 않고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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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장은 “이 앱을 통해 보이스피싱 사기와 그 피해가 크게 줄면서 많은 사람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라며 “전 국민이 사용하는 ‘생활필수앱’이 되면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대국민 민생사기 방지뿐만 아니라 생활안전과 편의서비스 등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관심분야를 업무와 접목해 연구할 수 있도록 기회와 지원이 잘 주어진 덕분”이라며 “보이스피싱 수법과 AI 기술도 날로 진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공부해야 한다”고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