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문의 없어요"…보유세 인상 카드에도 꿈쩍 않는 다주택자

강남·목동 등 매물 품귀…"보유세 방향 지켜보자"
세금보다 집값 더 뛴다 기대감에 일단 버티기
  • 등록 2017-12-28 오후 5:06:22

    수정 2017-12-28 오후 6:35:15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분위기가 바뀌었냐고요? 천만에요. 팔릴 물건은 다 팔려서 매물은 없는데, 사겠다는 사람은 끝없이 찾아옵니다.”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부동산 보유세 개편을 공식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다주택자들은 요지부동이다. 정치권에서 시작해 최근 주무부처 장관까지 보유세 카드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인데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된 상황이 아닌 만큼 일단 지켜보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나 양천·마포구 등 최근 집값이 뛰었던 지역에서 매물은 여전히 귀한 상황이다. 집주인들은 뛰는 호가에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향후 시장 추이와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호가를 높여서 내놔도 대기 매수자들이 바로 계약하겠다고 하니 좀 두고 보겠다면서 안 팔겠다는 집주인들이 많다”며 “집값은 뛰고 있는데 보유세 강화의 기준을 다주택자로 할 것인지, 고가주택으로 할 것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보유세가 두려워 집 내놓겠다고 하는 사람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잠원동 한 공인중개사 역시 “보유세 때문에 매도하는 게 좋냐는 문의는 아직 거의 없다”며 “내년 지방선거가 끝나면 정부가 보유세 인상을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예상했던 만큼 크게 놀라지도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내년 4월부터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고 보유세 인상까지 거론되면서 고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의 경우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지만, 이보다 집값이 더 뛸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포구 아현동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 10월과 11월에 아파트 거래가 꽤 이뤄졌지만 지금은 매물이 나오지 않아 거래가 뜸하다”며 “정부가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고 대출을 조여도 대기 매수자들이 많아 호가는 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보유세 인상에 대해 신중론을 견지했던 정부가 검토 필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한 후에도 서울 집값은 꾸준히 올랐다. 지난 13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년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 논의를 통해 다주택자의 임대보증금에 대한 과세나 보유세 등 부동산 과세 체계를 종합적으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집값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이후 한 주간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2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2% 올랐다. 구별로 강남구가 0.57% 올라 서울 25개구 중 상승률 1위를 차지했고, 용산·송파·광진·성동구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가 보유세를 큰 폭으로 올리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도 다주택자들이 동요하지 않는 배경으로 꼽힌다. 보유세 중에서도 재산세보다는 종합부동산세 조정에 무게가 실리는데, 세금은 조세 저항이 강한 만큼 강도 조절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돈 있는 다주택자들은 버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송파구 잠실동 한 공인중개사는 “종부세 세율을 건드릴 것인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이나 공시가격을 조정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갭투자해서 2~3채를 버겁게 갖고 있는 이들에겐 타격이겠지만 주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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