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계기로 ‘제 몸 깎아 돈을 번다’며 자조하던 택배기사들 스스로도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언택트 시대 물류산업의 첨병, 택배기사들의 안전한 근무와 건강관리를 위해 대전자생한방병원 홍정수 원장의 도움말로 ‘무.한.체.력’ 건강법에 대해 알아본다.
◇분류 작업 중 물건 들고 일어설 땐 ‘무’릎으로
택배기사의 일과는 분류작업으로 시작된다. 분류작업이란 집하를 마친 수많은 화물 가운데 자신이 담당하는 구역의 물건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택배기사들은 물건을 차량으로 옮기고 배달 동선에 맞춰 물건들의 위치를 정리하게 된다. 수백 개에 달하는 상자를 옮기고 쌓는 일을 쉴새 없이 반복하는데, 이때 물건 옮기는 자세에 신경 쓰지 않으면 척추와 주변 연부조직이 부담을 받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허리만 구부리거나 팔 힘으로만 물건을 들면 순간적으로 척추에 강한 힘이 실려 척추 뼈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압박을 받아 급성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에는 무릎을 굽혀 몸 쪽으로 끌어당긴 후에 허리를 들어올리기 보다 무릎을 펴는 방식으로 일어서야 상대적으로 힘을 덜 사용하면서도 척추 건강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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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 중 계단 오르내릴 땐 ‘한’ 칸씩만
문제는 걸음 수가 많아질수록 그만큼 택배기사들의 무릎에 부담이 쌓인다는 점이다. 특히 계단을 내려갈 때 무릎에 전달되는 하중은 체중의 3~5배나 된다. 그러나 시간이 생명인 택배기사들에게 2~4칸씩 계단을 뛰어 오르내리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이러한 근무 습관은 무릎 관절을 점점 손상시키고 관절염 퇴행성 질환을 야기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계단을 이용할 때는 되도록 한 칸씩 발걸음을 옮기는 것을 추천한다. 다소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이는 무릎 건강에 2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보폭을 줄임으로써 무릎에 전해지는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계단을 한꺼번에 뛰어 오르내리다 보면 발을 헛디뎌 무릎이나 발목에 염좌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위험성을 상당 부분 낮출 수도 있다.
홍정수 원장은 “요즘처럼 일교차가 커지는 시기 야외에서 근무하게 되면 관절 주위 근육과 인대가 긴장해 수축 상태가 이어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계단을 격렬하게 오르내리면 무릎을 비롯한 하체에 손상을 입을 위험성이 높아지는 만큼 한 칸씩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장시간 운전 도중 ‘체’조·스트레칭 필수
택배 화물차량 속칭 ‘탑차’는 택배기사들의 근무처이자 사무실이다. 그만큼 운전은 택배기사들에게 있어 출근부터 퇴근까지 이어지는 필수 업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좁은 운전석에서 다양한 업무를 소화하다 보면 피로가 쌓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럴 땐 체조와 스트레칭을 통한 건강관리가 필수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양손을 깍지 껴 목 뒤를 받치고 팔꿈치가 하늘을 향하도록 고개를 천천히 뒤로 젖혀 준다. 이후 팔꿈치가 바닥을 향하게 고개를 천천히 숙여주면 된다. 이는 목과 어깨에 쌓인 피로를 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세 교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건강관리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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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들의 근무는 새벽까지도 이어진다. 지난달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발표한 택배기사의 평균 근무시간은 주 71시간에 달한다. 그만큼 수면 시간도 짧고 생활 패턴도 일정치 않다는 의미다. 건강관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코로나19, 독감 등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면역력 관리가 최우선이다.
면역력 관리를 위한 생활습관 가운데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크게 2가지다. 첫째,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체온이 낮아질 경우 체내 신진대사 능력이 떨어지면서 영양소가 몸 곳곳에 전달되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복장을 따뜻하게 하되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어 급격히 바뀌는 날씨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다. 물을 충분히 마셔야 혈액 순환이 촉진되고 체내 노폐물 배출도 이롭다. 물건을 옮기며 땀을 많이 흘리는 직업 특성상 가량 수분 섭취는 건강 관리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2.5~3L 가량 물이나 이온음료를 차량에 준비해 수시로 마셔두도록 하자.
홍정수 원장은 “건강관리 습관들을 단번에 적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한 가지씩 습관이 몸에 배도록 노력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오늘도 대한민국 물류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택배기사 분들이 무.한.체.력 4가지 관리법을 통해 좀더 건강하고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