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만기 후 금리 낮추는 은행
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12일부터 KB골든라이프연금우대통장과 KB연금우대통장의 우대금리를 1%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했다. 국민APT생활통장 우대금리도 0.1%포인트 내릴 예정이다. 인터넷저축예금과 명품여성종합통장의 기본이율도 각각 0.15%포인트, 0.1%포인트 하향조정한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우리웰리치 주거래직장인대출을 받는 고객에 대해선 첫 거래거나 청약저축통장에 가입했을 경우 대출금리를 0.1%포인트씩 깎아줬지만 11일부터는 이 우대금리 조항을 없애기로 했다. 우리신세대 플러스론 대출상품에 대해서는 취업축하 우대금리, 특정 업종 재직자에게 제공하던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없애고 우리전문가클럽, 우리금융인클럽, 우리메디클럽 대출에도 거래기간 1년 이상이거나 신규 고객에게 적용되던 0.1%포인트, 0.2%포인트 금리우대 요건을 삭제할 예정이다. 우리홈마스터론에서도 청약저축통장 가입과 거래기간 5년 이상이면 주던 0.1%포인트 우대금리를 없앤다. 또 직장인과 청년, 자동차담보대출 등 일부 대출상품에 ISA 계좌에 가입만 해도 금리를 0.1%포인트 우대해주던 것을 ISA 계좌 잔액이 10만원 이상일 경우 제공하는 것으로 조건을 강화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7일부터 새로 가입한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상호부금에 대해 만기 된 이후 지급하는 금리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수신상품 만기가 되면 은행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기본금리를 제공했는데, 앞으로는 이 금리의 절반만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KEB하나은행의 정기예금 만기 후 이자율은 연 0.9%에서 0.45%로 낮아지고 정기적금과 상호부금은 연 0.8%에서 0.4%로 떨어지게 된다.
실제 KB국민은행의 KB골든라이프연금우대통장은 수시입출식 통장임에도 예금 100만원까지는 우대금리를 최대 2.5%까지 제공해 1년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과거 고금리 시절 책정했던 우대금리를 순차적으로 낮추고 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줘도 그냥은 안 준다…주거래고객 잡기
초저금리로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은행권에 머물고 있는 돈이 많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은행 수신 잔액은 1436조8000억원으로 8월과 9월 두 달간 총 19조원 가량 늘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상 대출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원화 유동성은 넘치니 예전처럼 우대금리를 줄 필요가 없어진 상황”이라며 “우대금리 자체가 고객을 끌어들이는 큰 유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대금리 항목이 대출상품별로 다양해 한번 정리하자는 의미도 있고 주거래 고객을 확보하자는 취지도 있다”며 “저금리로 은행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충성고객을 얼마나 더 확보하는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객들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금리 5%대 시대에는 0.01%포인트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요즘처럼 1년 만기 예금금리가 연 1.5% 전후에 불과할 때에는 0.01%포인트 더 받기 위해 발품을 파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연간 수익목표를 맞추기 어려우니 은행들이 가산금리나 우대금리 조정에 나서고 있다”며 “특히 우대금리가 축소된다는 것은 은행 간 경쟁이 사라진다는 의미인 만큼 소비자의 선택권도 제한되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