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내년도 나라살림 규모가 올해보다 2.8% 늘어난 656조9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지출 증가율을 역대 최저로 낮추는 등 ‘짠물 예산’을 내놨지만,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9%까지 불어나게 됐다. 경기 불황에 따른 세수 부족 여파라지만, 정부가 스스로 만든 재정건전성 기준인 재정준칙의 적자 기준(3.0%)을 지키지 못하면서 ‘긴축 재정’ 구호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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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의결했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후 두 번째인 내년 예산을 656조 9000억원으로 편성하면서 총지출 증가율은 재정 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래 가장 낮은 2.8%로 억눌렀다. 이를 위해 정부는 7조원 가량의 연구개발(R&D) 예산을 정비하고, 약 4조원의 보조금을 삭감키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외신인도를 지키고 물가안정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건전재정 기조를 착실히 이어나가야 한다”며 “건전재정을 위한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등이 정기국회에서 중점 논의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내년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3.9%에 달해 정부가 법제화를 추진 중인 재정준칙 한도(3.0%)를 크게 넘어선다. 내년 나라살림 적자 규모는 92조원으로 적극적인 확장재정을 펼쳤던 문재인 정부의 2021년 적자폭(90조 6000억원)보다도 크다. 국가채무는 약 62조원 늘어 1200조원에 육박한다.
긴축 노력에도 재정준칙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은 세수 급감 때문이다. 정부는 법인세 감소 등으로 인해 내년 총수입이 612조1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본예산(625조7000억원) 대비 13조원 이상 적은 것으로, 2022년(617조8000억원·결산기준)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안 제출 당시 내년 655조7000억원의 세수를 예상하며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2.5%로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세수가 쪼그라들면서 허언이 됐다.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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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건전재정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4%에 가깝게 편성해놓고 긴축을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총지출 증가율은 줄었다고 해도 수지 기준으로는 확장 재정”라고 지적했다.
이날 정부는 2003년 원화, 외화 국고채 통합발행 이후 중단됐던 원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21년 만에 추진한다. 내년 외국인의 외환시장 참여 확대 등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 도입에 앞서 환율 안정을 위한 시장 개입 수단을 확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