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50대 A씨의 입가엔 오랜만에 미소가 번졌다. 분주하게 테이블을 닦으며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던 그는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게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며 “이제 밤손님도, 단체 손님도 마음껏 받을 수 있으니 좋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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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모든 거리두기 방역조치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사적모임 인원 제한이 사라지고, 자정까지였던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도 없어졌다. 오는 25일부터는 영화관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에서도 취식이 가능하다.
그간 자영업자들은 빚을 내고 인건비를 줄이며 영업제한 등 방역지침을 견뎌왔다. 그러는 와중에 폐업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60여년간 운영하며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도 버텼던 ‘서대문 원조 숯불 돼지갈비 통술집’, 50년 전통을 자랑하던 명동의 유명 음식점인 ‘전주중앙회관’ 등 서울시내 노포들도 여럿 문을 닫았다.
이날 이데일리가 돌아본 서울 도심 번화가 다중이용시설 입구에는 ‘알바 급구’ 등의 안내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 성동구에서 치킨집에서 일하는 40대 이모씨는 “2년 동안 너무 많이 힘들었다. 그동안 받은 피해가 단번에 회복되진 않겠지만, 조금 나아지리라 생각한다”며 “두 명 정도 일할 사람을 구하려 한다”고 말했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이트인 알바천국에 올해 3월 게시된 공고 건은 전달 대비 5.2% 증가했는데, 이달도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구인 공고 건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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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영업을 중단했던 서울 서대문구의 한 국밥집 직원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서 일단 지켜보고 영업 연장은 나중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인근에서 16년째 곱창집을 운영하고 있는 50대 이모씨도 “단골손님들이 이미 다 빠져나간 터라 아직까지는 그렇게 큰 기대는 안한다”며 “홀과 주방에 직원 3명 이상이 필요한데 그간 피해도 극심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한동안 부부끼리 일하려 한다”고 말했다.
노래방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기석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장은 “2차 문화가 언제쯤 예전처럼 살아날지 의문”이라며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니 아르바이트생을 구할지 말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방역당국은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방역 경각심 완화를 경계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거리두기 해제로 지나치게 방역 긴장감이 이완되면서 완전한 일상으로 가는 분위기가 강해질까 우려된다”며 “거리두기 해제가 코로나19 유행 종식의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