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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25일 오전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의한 아프간 정국 혼란을 고려해, 국내 체류 중인 아프간인을 대상으로 현지 정세가 안정화될 때까지 인도적 특별 체류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체류 중인 장·단기 국내 체류 아프간인 434명이다. 이들 중 120명은 올해 체류 기간이 만료돼 아프간 혹은 다른 국가로 떠나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합법 체류자 중 체류 기간 연장 또는 자격 변경이 가능한 사람은 기존대로 허가하고, 체류 기간 연장이 어려워 기한 내 출국해야 하는 사람이 국내 체류를 희망하는 경우엔 특별 체류 자격으로 국내 체류·취업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미 체류 기간이 지나 불법 체류로 분류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아프간 정세가 안정된 후 자진 출국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다만 신원보증인 등 국내 연고자가 없는 경우나 형사 범죄자 등 강력사범은 보호조치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미얀마 사태 당시 미얀마인들에게 내린 조치와 같은 것으로 보면 된다”며 “체류 연장 조건이 맞지 않는 경우 기타 자격으로 체류가 허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3월 미얀마 쿠데타 사태 당시 국내 체류 중인 미얀마인들을 대상으로 임시체류조치(G-1-99)를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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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난민협약 가입국 의무 어겨…난민 혐오 조장도”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이번 법무부 조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임시 체류 형태가 아니라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익변호사단체 등으로 구성된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난민 협약 가입국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법무부 조치의 한계를 지적했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정부가 난민 보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일부 반대 여론을 무마하려는 데에만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국내 거주 아프간 국적자들에 대한 조치는 난민협약·고문방지협약 등 대한민국이 비준한 조약에 의해 정부가 준수해야 하는 법적 의무에 의한 것으로, 법무부가 임의로 베푸는 시혜적 조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무부가 부여하고자 하는 ‘인도적 특별 체류’ 지위는 난민법상 지위인 ‘인도적 체류 허가’가 아닌 ‘인도적으로 법무부가 특별히 체류를 허가해 보겠다’는 취지일 뿐”이라며 “‘영구적 체류 안정’·‘국제법상 강제송환금지의무’·‘한국의 사회 정착’ 세 가지를 반드시 고려해 난민에 준하는 형태로 안정적인 체류허가가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의 난민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도 꼬집었다. 난민인권네트워크 의장으로 있는 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법무부는 ‘엄정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마치 법을 위반할 것 같은 존재로 아프간인들을 상정했다”며 “난민이 국익과 반대되는 것처럼 언급하는 것은 난민을 한국사회에서 지워버리는 동시에 직접적으로 난민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난민 아닌, 특별공로자” 아프간 현지 조력자 26일 입국
인권단체는 이날 외교부 발표도 부적절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외교부는 아프가니스탄 현재에서 한국 정부 활동을 지원해 온 현지인 직원·가족 380여 명에 대한 국내 이송 작업에 돌입했고, 오는 26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수용될 예정임을 밝혔다. 외교부는 “난민이 아니라 특별공로자로서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특별공로자로서 난민보다 안정적인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들을 난민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난민에 대한 선입견을 강화시켰고, 또 국내 체류 중인 아프간인들과의 차별 문제도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