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압박 카드사, 밴사 밀어내니 결국 영세 밴 대리점도 불똥

  • 등록 2017-07-31 오후 4:24:29

    수정 2017-08-01 오전 10:12:45

<자료=금감원>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새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불러오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카드 결제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압력의 불똥이 1만2500여개 영세 밴 대리점까지 튀게 됐다. 결제시장 흐름 자체가 중개인(agency)을 제외하고 ‘직거래’형태로 바뀌는 것이지만, 새정부 들어 카드수수료 인하정책이 예상보다 빨리 시행되면서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지난 6월부터 전국 6만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카드전표를 직접 매입하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200만개 이상의 가맹점 중 6만개를 대상으로 테스트 차원에서 매입 업무 일부를 직접 하고 있다”며 “전체 가맹점으로 확대할 생각이나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사라질 위기의 밴(VAN), 어떤 회사

밴사는 카드사 결제대행 업체다. 카드 결제시 카드를 읽고 사인을 하는 단말기를 관리하고 가맹점 발행 카드전표 등을 수거하는 업체다. 신한카드 외에 삼성카드 등 다른 카드사들도 밴사 업무를 직접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가 이렇게 밴사 업무를 직접 하려는 것은 결제 시장 흐름이 ‘직거래’ 형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시대가 변해 ‘밴 리스(VAN less)’로 가는 있는데 과거 논리에만 갇혀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밴 리스 등은 고객이 직접 가맹점과 연결해 중간에 중개인(agency) 역할을 하는 밴·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카드사 등을 없애고 수수료 등 결제비용을 줄이려는 흐름이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밴을 통해 카드 전표를 매입했던 것은 정보통신(IT)기술이 발달하기 전인 1980년대 들어왔던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카드사가 밴사 업무를 직접 담당하면 밴사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는 고객이 결제한 카드 결제금액 일부를 가맹점에서 수수료로 받고 그 일부를 전표 매입 등의 대가로 밴사에 지불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밴사의 수익성 악화는 다시 밴사로부터 업무 위탁을 받는 밴 대리점의 타격으로 이어지게 된다. 밴사 업무 중 가맹점 계약·관리, 전표 수거, POS·CAT단말기 관리는 밴사 위탁을 받은 밴 대리점이 담당하고 있다.

수수료 압박 카드사, 비용절감 가속화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카드사가 결제 건당 수수료를 밴사에게 지급하던 정액제 시절에서는 평균 건당 110원의 수수료를 밴사에 주고 밴사는 밴 대리점에 60원을 줬다”며 “밴사 업무를 카드사가 직접하면 밴사 수수료가 줄고 결국 밴 대리점에 가는 수수료도 줄어 영세한 밴 대리점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밴 시장 규모는 20여개 밴사와 1만2500여개 밴 대리점을 포함, 1조4000억원이 훨씬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이날부터 원가보다 싼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영세·중소가맹점 범위가 확대된 점이 수수료 압박에 몰린 카드사의 이런 선택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이번 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는 연간 약 3500억원 내외의 수수료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

수수료 인하 정책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데 따라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는 영세자업자를 위한 것인데 결국 ‘직거래 가속화’를 통해 ‘카드사→밴사→밴 대리점’으로 여파가 미쳐 결국 또다른 영세한 서민이 피해를 보는 역설이 생기는 셈이다.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카드시장을 어떻게 끌고 갈지 큰 그림이 없이 단기적인 대책만 내놓다보니 복잡한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며 “카드사 발전 방향에서 봤을 때 밴의 역할과 그에 따른 수수료 재정립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카드 전표 직매입 방안은 지난해 12월부터 검토해 왔던 사안”이라며 “정부의 수수료 인하 정책과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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