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택연금 '개점휴업'…대출잔액 주금공의 0.1%

12억원 초과 주택 55% 갖고 있는 5060대
자산 유동화 수단 ‘민간 역모기지’ 유명무실
銀 자체상품 120억...HF 주택연금 0.1% 수준
DSR 등 각종 대출규제 받아 銀 공급 애로
고령층 생활안정·소비촉진 위해 제도개선必
  • 등록 2024-11-25 오후 5:40:39

    수정 2024-11-25 오후 6:47:35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국내 60세 이상의 자산 80%가 부동산에 쏠려 있는 가운데 ‘고령층 하우스푸어 문제’를 막을 민간 주택연금(역모기지론) 시장이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자체 역모기지론 대출잔액이 100억원대에 그쳐 사실상 공급이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공적 주택연금을 보완할 민간 시장이 각종 대출규제에 막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60세 이상 자산 대부분 부동산에 몰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주요 은행의 자체 역모기지론 잔액은 약 1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 말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 지급잔액(11조 4205억원)의 0.1% 수준이다.

실제 은행 역모기지론은 공적 주택연금에 비해 지나치게 비활성화돼 있다. 주택금융공사(HF) 주택연금은 지난 2007년 출시된 후 총 가입자 13만 2294명, 공사가 지난 9월 말까지 지급한 연금지급잔액은 약 11조원이다. 가입자에게 100세까지 지급할 것으로 예상하는 월 지급금을 포함한 보증공급잔액은 약 135조원이다.

반면 주요 은행 중에선 신한은행이 ‘미래설계 크레바스 주택연금대출’, KB국민은행이 ‘KB골든라이프 주택연금론’, 하나은행이 자체 역모기지 상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판매는 미미하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상품이 없다. 은행의 역모기지론은 주택보유자가 주택을 담보로 최장 30년간 매달 일정금액을 지급받는 일종의 민간 연금상품이다. 신한은행 크레바스 주택연금대출은 1년~30년간, 국민은행 주택연금론은 10~30년간 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민간 주택연금시장이 공적 영역을 보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은행권 역모기지론은 만 40세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는 상품도 있는 데다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도 가입할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은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주거용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부부 중 한 명이라도 55세 이상이어야 가입할 수 있다.

민간 역모기지 시장이 활성화하지 않으면 고령층 ‘하우스푸어’가 대거 양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자산가액 12억 초과 주택은 5060세대 보유 비중이 55%에 달했다. 60세 이상은 자산 중 실물자산 비중이 82%로 부동산에 자산이 쏠려 있다.

“12억 초과 주택 상품 개발 활성화해야”

60세 이상의 자산이 고가 주택에 묶여 있음에도 유동화할 장치가 제한적인 것이 문제다. 이들 고령층에 안정적 현금흐름이 없으면 소비력이 약해져 내수에 부정적이고 금융권의 시니어 자산관리 시장도 크기 어렵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평균거래가 17억원 이상 부동산을 갖고 있지만 금융자산이 3억원 미만인 5060대는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다양한 유형의 부채를 갖고 있었다.

수요가 많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하나금융연구소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가를 가진 5060대의 약 54%는 주택 매매, 저가주택으로의 이사 등을 통해 부동산을 유동화할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민간 시장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에서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역모기지론에 적용하는 각종 대출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역모기지론은 집을 담보로 연금을 주는 구조인데 은행 자체상품은 ‘대출상품’으로 규정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을 받고 있다”며 “사실상 연금상품인 만큼 대출규제에서 예외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가운데 주택금융공사 연계 주택연금대출, 자체 역모기지론 모두 가계대출로 잡혀 은행권으로서는 적극적으로 취급할 유인이 적다.

이런 상황에 은행들은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하기 위한 수단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은 ‘부동산을 활용한 유동성 확보’와 관련 금융당국에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고령층 생활안정을 위한 민간 역모기지론 시장 활성화를 강조한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은 “12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도 은행권의 주택연금상품 개발·공급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며 “저소득층이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기초연금 점수를 가산해주는 등 저소득층의 저조한 가입률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 통계청, 하나금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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