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계약만 1만대 돌파..기아 ‘EV9’, 디자인 어떻게 탄생했나?

기아넥스트디자인 외·내장팀 더블 인터뷰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로 헤리티지 이어
간결함·직관성 강조..공간활용성 확장
“기아 브랜드 리딩하는 상징성 지닌 차”
  • 등록 2023-05-30 오후 5:45:25

    수정 2023-05-30 오후 7:21:39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기아의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탄생한 플래그십(주력) 모델인 EV9은 기아 브랜드와 트렌드를 리딩하는 첫 차입니다.”

기아 EV9
이민영 기아넥스트디자인내장팀 팀장은 2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EV9은 기아 브랜드의 시작과 동시에 시대의 트렌드를 이끌어 나갈 차량”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최초 3열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9은 이달 초 사전계약을 시작한 지 8일 만에 1만 대를 넘길 정도로 시장에서 반응이 뜨거운 차량이다. 특히 기아가 세운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상반된 개념의 융합)’를 잘 담아냈다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도 한몸에 받고 있다. 기아의 브랜드 정체성를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는 EV9의 디자인 탄생 스토리를 기아넥스트디자인 내장팀 이민영 팀장과 기아넥스트디자인 외장2팀 윤문효 팀장과의 더블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윤문효 기아넥스트디자인외장2팀 팀장 (사진=기아)
이민영 기아넥스트디자인내장팀장 (사진=기아)
EV9, 새 시대 디자인 철학 담아

기아넥스트디자인팀이 EV9을 디자인할 때 가장 크게 고려했던 요소는 3열 7인승인 대형 전기 SUV라는 점이었다. 큰 공간감을 확보한 전기차가 드문 상황에서 내외장 디자인 모두 깊은 고민이 필요했다. 특히 기아의 브랜드 정체성을 이으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담기 위해 고심했다. 윤 팀장은 “EV9의 전면부 디자인은 누구나 한번보면 인상을 남을 만큼 강하고 자신감 있는 이미지”라며 “고객이 EV9 디자인을 처음 접하는 낯선 순간에서도 전기차만의 하이테크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EV9은 기아의 헤리티지(유산) 디자인인 타이거 노즈(그릴)을 기술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감성을 더해 타이거 페이스로 진화시켰다. 직각형 헤드라이트를 사용하면서 소비자들이 차량 전면의 헤드라이트 무늬를 취대로 바꾸는 디지털 패턴 라이팅’을 접목시켰다. 윤 팀장은 “디지털 패턴 라이팅은 EV9 디자인의 정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상징성이 있는데, 디자인 과정에서도 혁신적이었다”며 “법규부터 구현방법 등 쉬운 것이 없었고 특히 스킨일체형 라이팅 적용이 매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이 고민하고 협업한 결과 ‘에칭공법(레이저로 도장면을 깎아 사이로 빛이 나오게 하는 기법)’을 적용했다”며 “말로 표현하면 쉬울 것 같지만 아주 정밀한 부분이라 양산 전까지도 다듬어 완성했다”고 말했다.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HDP(고속도로 자율주행) 등 각종 첨단 기술이 적용돼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쳤다. 윤 팀장은 “EV9은 레벨3 자율주행을 위한 라이다가 기아 최초로 적용됐는데 라이다를 적용하면서 모듈의 위치와 각도 등을 설정하는 데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특히 센싱의 각도는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상품성이 저하되기때문에 디자인을 하면서도 디자이너가 독단적으로 위치를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부연했다. 윤 팀장은 “관련 팀, 특히 자율주행팀과 많은 논의를 통해 조금이라도 디자인적으로 유리한 위치 및 각도로 조정을 하여 최적의 디자인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윤 팀장은 향후 나올 기아의 전기차 디자인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전기차 디자인은 디자인의 자유도가 내연기관대비 더 많다. 냉각을 위한 그릴홀(구멍)이 필요없고, 플랫폼의 적용으로 새로운 구성을 통해 차별화할 수 있다”며 “첨단 기능도 많이 적용할 수 있어,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철학을 바탕으로 오리지날리티를 강조한다면 브랜드마다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시대 공간활용방향 제시

EV9은 내장 디자인에서도 내연기관차와 다른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 내연기관차에서는 적용하지 못했던 슬림한 크래시 패드(대시보드), 콘솔 사용성 확장, 스위블 시트(회전 시트) 등을 EV9에 과감히 적용한 것이다. 이민영 팀장은 “EV9개발 당시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에게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플랫폼은 큰 스케치북과 같은 역할을 해줬다”며 “새로움을 담을 수 있는 활용도가 높은 새로운 공간이었고 평평한 바닥을 기본으로 시트의 다양한 활용 등의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넓은 공간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요소도 적극 도입했다. 이 팀장은 “각 좌석에 다양한 기능을 부여했다. 스위블 시트는 많이 적용됐던 기술이지만 전기차 시대 다양한 공간과 새 경험을 제공하는 측면에서 과거와 역할이 다르다 생각했다”며 “스위블 시트가 충전 시나 야외 활동, 이동 시 새로운 경험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제한적인 공간에서 이동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기에 어려운 과정을 거쳐 적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차량이 전동화, 디지털화되면서 물리 버튼이 사라지는 추세다. 이에 대한 이질감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이 팀장은 “사용성 측면에 대해 다양한 세대, 다양한 스타일의 운전자들의 니즈를 모두 충족해야하는 목표를 설정해 사용 빈도수와 기능의 위치 등을 분석했고 이를 바탕으로 자주 사용하는 공조 관련 스위치와 볼륨 등 기본 엔터테인먼트 기능들은 물리적인 스위치로 유지시켰다”며 “주차모드 스위치, 비상등, EPB 와 같은 안전과 관련된 기능 역시 물리적인 스위치로 최적의 위치에 적용했다”고 부연했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면서 고급감을 유지하는 것도 과제였다. EV9 한 대당 500mℓ PET 병을 기준으로 70개 이상의 리사이클 소재를 사용했다. 이 팀장은 “어떠한 공법으로 최적화 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았었고 앞으로 이런 양산화된 공법을 더 많은 부분에 적용하기 위해 연구 개발 중”이라며 “기아 브랜드의 럭셔리 함은 기존의 화려한 조형이나 소재를 적용하는 개념이 아닌 심플함과 모던함을 중심으로 기아만의 차별화된 고급감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친환경 소재들의 지속적인 개선과 다양한 적용 방식에 대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제너레이션의 고급감을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고객이 알아줬으면 하는 디자인 요소로 ‘디테일’을 꼽았다. 그는 “자주 사용되지는 않지만 필수적인 구성요소인 트렁크나 헤드라이너, 필러류 등도 고민했고 구성품 하나하나 섹션을 고려해 정밀하게 디자인하며 사용자 측면의 편의를 깊이 고려했다”며 “메르디안 스피커 패턴의 형상을 이번에 새로 개발 진행했는데 메르디안 고유의 스피커 브랜드의 철학과 기술력, 기아 디자인의 방향성을 동시에 드러내기 위해 ‘창’이라는 한국의 전통적인 매개체로 디자인 콘셉트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고객의 다양한 목소리를 바탕으로 디자인 뿐 아니라 많은 설계 부문, 전략, 상품적인 측면까지 다양한 고민을 통해 만들어진 차”라며 “그만큼 많은 노력과 역경을 통해 완성된 차이고 보이지 않는 곳의 부품 하나하나 까지도 정성을 들여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V9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기아 브랜드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EV9 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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