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전세 사기 피해자의 잇단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보증금의 일부라도 건질 수 있는 최우선 변제제도의 허점이 지적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변제 기준과 변제액을 높였지만,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 데다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지원 기준을 벗어난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 (자료=법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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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소액 세입자의 최소한의 생활 터전을 보장하기 위해 최우선변제라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는 문자 그대로 모든 것에 최우선 해 소액 임차인에게 일부 금액을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은행의 선순위 근저당설정(대출)보다 더 앞서 보증금 일부를 보호해준다는 얘기다. 최우선 변제 금액은 근저당 설정일자에 따라, 그 집이 속한 지역과 전세 금액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된다.
문제는 최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는 소액 임차인의 기준이 해당 건물에 근저당권이 설정된 시점을 기준으로 적용되는 데다 최근 2~3년 전셋값이 급등해 소액 임차인 기준을 맞추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가령 지난 2월 전세사기와 관련해 사망한 30대 남성은 2011년 근저당 설정 당시 소액 임차인 전세금 기준이 6500만 원에 불과해 보증금 7000만 원을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전셋값이 최근 가파르게 오른 것도 최우선 변제의 구멍을 키우고 있다. 이번 인천 미추홀 전세 사기와 관련해 17일 오전 숨진 채로 발견된 30대 피해자는 애초 7200만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해 당시 소액 임차인 보증금 기준 8000만원 이내에 있어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전세 재계약 과정에서 임대인 요구로 전세 보증금이 9000만원으로 인상되자 소액 임차인의 기준 8000만원을 벗어나게 됐고 최우선 변제금을 받을 수 없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과 전세 사기 등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 소액임차인의 요건 기준과 변제액을 모두 높였다. 가령 서울은 기존 전세보증금 1억5000만원에서 1500만원을 올린 1억6500만원이 새 소액임차인의 기준이 됐다. 이렇게 해서 받을 수 있는 최우선 변제금도 기존 50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상향했다. 인천 등 광역시의 경우 소액임차인 범위가 7000만원 이하에서 8500만원 이하로, 우선변제 금액도 2300만원에서 2800만원 이하로 변경됐다. 하지만 이런 변경 사항은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이번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자 재산권을 침해 우려 등이 있어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찮지만, 전세 사기 피해에 따른 극단적 선택을 막기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