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수술 환자 옆 과자먹는 간호사들… CCTV 속 충격의 5시간

  • 등록 2022-02-09 오후 4:37:55

    수정 2022-02-09 오후 4:37:55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마치 실험용 쥐랑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국내 유명 성형외과에서 가슴 수술을 받았다는 A씨는 이날 수술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수치스러웠다고 했다. 수술실 내 간호사들이 A씨를 마취시킨 후 5시간 동안 방치하면서 그 안에서 과자를 나눠 먹는 등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8일 A씨가 직접 올린 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에 따르면 한 달 전 보정으로 인해 병원에서 세 번째 가슴 수술을 받았다는 A씨는 수술 직후 심각한 어지럼증과 구토, 호흡곤란을 겪었다. 해당 증상이 며칠 동안 지속되자 A씨는 병원 측에 항의해 수술 당시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다고 했다.

그가 확인한 CCTV엔 수술을 위해 상체를 탈의한 A씨가 마취 후 5시간가량 수술대 위에 방치된 모습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간호사들은 주기적으로 A씨에게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주입하기도 했다.

또 수술을 담당한 의사는 장시간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수술실 문은 수시로 여닫히며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 관계자들이 드나들었다. 이 중에는 병원 상담 실장이 운동화를 신은 채 수술복을 입지 않은 상태로 수술실에 들어와 있었다. 이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만지거나 CCTV 쪽을 보며 장난을 쳤다. 그러면서 마취로 인해 잠들어 있는 A씨 옆에서 과자를 꺼내먹기도 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A씨는 “혹여나 내 나체 사진을 찍진 않았을까, 누워있는 나를 보며 조롱하진 않았을까, 나를 보고 웃는 것인가, 내 나체사진이 찍혀 누군가에게 보이고 있는 건 아닌가 등의 생각들에 휩싸여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다”라며 “말로는 표현 못 할 수치스러움으로 가득하다”라고 토로했다.

A씨는 뒤늦게 수술실에 들어온 의사 역시 수술복 차림이 아니었다고 했다. 심지어 의사는 위생 두건과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수술을 진행했다. 이 밖에도 해당 CCTV에는 A씨의 수술 도중 외부에서 다른 간호사들이 들어와 수술실로 들어와 의사와 서슴없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를 두고 A씨는 “그 모습은 마치 TV에서 보는 실험용 쥐랑 다를 바가 없었다”라고 했다. 결국 A씨는 CCTV 영상과 관련해 병원 측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병원 측은 A씨에게 “환자가 많아 여기저기 시술을 하러 다녔다. 미안하다”라고 사과하면서도 진료기록부나 수술 일지 등은 작성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 병원 측은 A씨가 소송을 준비하자 태도가 달라졌다. 병원 측은 A씨에게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며 로펌을 통해 맞대응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병원 측은 A씨에게 “간호사들이 배가 고파서 수술실에서 음식을 먹는 거라 그런 거까지 막을 수 없다” “다른 성형외과나 대학병원도 의사와 간호사들이 수술실에 휴대전화 반입을 해왔다” “영상에 나온 일들은 다른 유명 병원들에서도 똑같이 하는 일” 등 취지로 해명했다.

A씨는 “환자들에게 묵인한 채 의사나 간호사들이 당연하다는 듯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게 납득가지 않는다”며 “1차, 2차 가슴 수술 때 수술방은 어땠을까. 만약 내가 전신이나 하체 지방흡입이라도 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술실은 감염이나 오염의 위험이 있어 음식물과 휴대전화 등의 반입이 금지된다. 이로 인해 환자에게 중대한 신체적 이상이 발생하면 의료인 자격정지나 병원 허가 취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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