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안방 내주고 美서 역주행 돌풍…K게임 희비

잊힐만하면 국내서 중국산 게임 연이은 흥행
‘미니어스’, 블소2 제치고 예상치 못한 대박
오랜만에 미국서 한국 게임 흥행 소식 전해져
‘쿠키런:킹덤’, 유럽 찍고 미국서도 성공가도
“세계 시장은 다생다사, 공격적 신작 시도 필요”
  • 등록 2021-09-28 오후 6:23:05

    수정 2021-09-29 오후 12:11:58

[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국경이 없는 디지털 세계의 게임판은 매일 전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모바일 앱마켓에 게임 등록 시 클릭 몇 번이면 세계 각국에 손쉽게 진출할 수 있다. 이번엔 한국과 미국 시장에서 각각 우환과 경사가 생겼다. 중국산 게임의 국내 시장 공세는 해묵은 이슈이긴 하나, 최근 들어 그 강도가 더욱 높아진 가운데 미국 시장에서 가뭄에 단비와 같은 흥행 성과를 낸 한국 게임 사례가 나와 눈길을 끈다.

미니어스 대표 이미지
28일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에 따르면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빌리빌리(bilibili)가 내놓은 ‘미니어스’ 게임이 전체 매출 5위를 기록 중이다. 전날 4위에 올랐다가 한 계단 내려갔다. 매출 6위인 엔씨소프트의 야심작 ‘블레이드&소울(블소)2’마저 제쳤다.

출시 전 사전예약자 규모는 미니어스가 100만명대, 블소2가 738만명이다. 블소2는 역대 최대 사전예약자를 끌어모았다. 시장 기대감 측면에서 비교 불가인 두 게임이나, 뚜껑을 열고 보니 비등한 결과가 나왔다. 미니어스는 블소2처럼 성공한 전작도 없고 새로운 브랜드라는 점에서 맨땅의 박치기였다. 결과적으로 미니어스의 완승인 셈이다.

미니어스는 다양한 피규어(인형) 이야기를 다루는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다. 중국 업체들이 꾸준히 강점을 보인 장르다. 이용자가 여러 캐릭터에 애정을 쏟을 수 있도록 미려한 디자인과 세심한 이야기 구성, 풍성한 꾸미기 콘텐츠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 조합의 재미 등이 핵심 흥행 요소로 꼽힌다.

빌리빌리는 미니어스에 이 같은 흥행 요소를 잘 버무려 국내 시장에 진입했다. 미니어스 국내 서비스업체 측은 “피규어라는 독특한 소재를 채택하고 캐릭터마다 제조사별 특징이 나뉘고 게임 접속을 끊더라도 재화 획득이 가능한 방치형 요소를 넣었다는 점 등이 인기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니어스 외 매출 순위를 보면 중국 미호요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원신(Genshin Impact)’이 전체 매출 3위를 차지했다. 미니어스와 쌍끌이 흥행 중이다. 구글 매출 7위인 웹젠의 ‘뮤아크엔젤2’는 중국 개발사 게임이다. 뒤이어 중국 사삼구구(4399)의 ‘기적의검’이 전체 8위로 두 해 이상 국내에서 장기 흥행 중이다.

쿠키런 킹덤 게임 이미지
이런 가운데 오랜만에 한국 게임의 서구권 시장 흥행 소식이 전해졌다. 같은 날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킹덤(Cookie Run: Kingdom)’이 미국 애플 앱스토어 매출 전체 6위에 올랐다. 전날(27일)부터 같은 순위를 유지 중이다.

보통 신작들은 마케팅 물량이 출시 전후에 집중되기 때문에 초반 흥행했다가 하향 곡선을 보이는 경우가 대다수다. 넷마블이 지난 8월 25일 전 세계 출시한 ‘마블 퓨처 레볼루션’도 출시 직후 미국 애플 앱스토어 매출 6위까지 올랐다가 내림세를 기록했다.

반면 쿠키런:킹덤은 출시 초반 국외 마케팅 없이 시장에 나와 100위 밖에서 꾸준히 순위를 끌어올려 6위가 됐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9월 초 업데이트 효과로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 뒤 입소문이 나면서 상승효과를 발휘했다. 현지 유명 인플루언서(인터넷방송인)를 게임 성우로 기용해 화제를 일으켰다. 회사는 본격적인 현지 마케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이 같은 마케팅도 게임의 재미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흥행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다. 데브시스터즈 측은 “누구든지 거부감 없이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쿠키라는 친숙하면서도 독창적인 존재, 그리고 이 쿠키들이 인종이나 문화, 지역, 배경 등을 아울러 담고 있는 다양성에 대한 호평이 있다”며 “이러한 강점이 현지 유저들의 거부감이나 진입장벽을 낮추고 긍정적인 플레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이끈 것으로 판단된다”고 흥행 이유를 분석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한국 게임의 글로벌 진출에 대해 “국내 메이저 게임 회사들에게서 새로운 게임, 새로운 IP(지식재산)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글로벌 게임 시장은 다생다사(多生多死)로 보다 많은 게임을 공격적으로 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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