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금 주저앉자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값이 뛰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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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디지털 금’으로 불리던 비트코인 가격이 추락하면서 ‘진짜’ 금값이 뛰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비트코인 가격이 추락하면서 헤지기능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에선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금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4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금 1g당 가격은 6만8520원에 거래돼 올해 최고가격인 6만9230원에 근접했다. 금값은 3개월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달 들어서만 8% 가까이 올랐다. 국내 금값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 금값도 상승세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금 8월물 가격은 온스당 1878.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1705달러로 떨어졌다가 한 달 만에 10% 넘게 반등했다.
반면 비트코인은 하락세다. 가상자산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4일 오후 4시30분 비트코인은 개당 3만64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기록한 연고점(6만4664달러) 대비 43% 떨어진 수준이다. 중국 규제당국이 가상자산 거래뿐만 아니라 채굴도 금지하겠다며 전방위 규제에 나선 가운데, 미국 재무부도 가상자산을 1만달러 넘게 거래하면 국세청에 신고하도록 하는 등 규제 칼날을 꺼낸 든 영향이다.
세계 각국이 가상자산 규제를 본격화하자 기관투자자들도 발을 빼는 모양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기 한 달 전부터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펀드에서 돈을 빼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넣기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값이 뛰는 건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투자심리가 다시 움직이는 현상으로 보인다. 그간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을 헤지(위험 회피)하는 수단으로 금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이 주식시장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이 같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주식과의 동조화 현상은 비트코인이 위험 회피 수단이나 금과 같은 안전 자산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돼서다.
| 앨라스터 윌리엄슨 스톡보드 애셋 CEO가 “나스닥 100 선물과 비트코인이 같이 움직이고 있다”고 적었다(사진=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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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라스터 윌리엄슨 스톡보드 애셋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나스닥 100 선물과 비트코인이 같이 움직이고 있다”고 적었다. 상관관계가 1이면 움직임이 일치한다는 뜻이고, 0은 관계가 없다는 의미인데, 나스닥 100 선물과 비트코인의 상관관계가 연초 0.64로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초기 해인 지난해 3월 비트코인 가격은 32%가량 폭락했는데, 이는 S&P500 지수 하락폭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비트코인이 금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는 여전하다. 비트코인은 채굴량이 2100만개로 묶여 있어 공급이 제한된 금과 비슷한 자원이라는 기대다. 귀금속 토큰화 플랫폼인 엑스불리온의 데이비드 라이트풋 CEO는 현재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큰 이유에 대해 “세계가 비트코인의 영향과 미래 가치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석유의 발견 이후 보인 변동성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비트코인이 금을 대신할 자산이 될 가능성을 낙관했다. 그는 블룸버그에 “가상자산이 주요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경제적 가치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금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안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금을 보유하는 것처럼 비트코인 역시 그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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