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950원 붕괴 초읽기

한은 '통화금융대책반' 가동
이주열 "日 QE, 시장반응 빨리왔다"
  • 등록 2014-11-03 오후 7:36:42

    수정 2014-11-04 오전 7:52:37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원-엔 환율이 950원 선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양적완화(QE)를 추가로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엔저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외환은행이 고시한 원-엔 재정환율(종가 기준)은 100엔당 951.73원. 이는 지난 2008년 8월 18일 950.69원 이후 6년 4개월만에 최저치다. 장중에는 945.74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BOJ가 지난달 31일 QE를 확대해 연간 자산매입 규모를 60조~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늘린다고 발표한 탓이다.

달러-원 환율도 일본 양적완화의 여진을 겪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0원 오른 1075.5원에 개장했다. 오전 한때 1080원 부근까지 올랐지만 상승폭을 줄여 4.1원 오른 1072.6원에 마감했다.

원-엔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자 한국은행은 이날 오후 2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었다. 대책반은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현상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시장참가자의 기대가 한 방향으로 쏠리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엔저심화가 한국의 수출 등 실물경제 및 금융시스템 안정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점검해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날 ‘한국은행-국제통화기금(IMF) 공동 컨퍼런스’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반응이 시장에서 보던 것보다 빨리 왔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급속한 엔화 약세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고 있다”며 “환율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원-엔 환율 하락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리나라는 원-엔 환율에 예민한 경제구조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엔-원 환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달러-원 환율의 상방 압력이 열려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미국의 QE종료와 일본의 QE 확대 실시로 최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며 “달러-엔 환율의 상승 속도가 빠르다보니 시장에서 원-엔 환율 하락에 대한 부담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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