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전국 아파트값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8% 이상 떨어지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선 여전히 30년 이상 연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2013년엔 10년 치 연봉을 모으면 서울에 내 집을 살 수 있었다.
| 2013~2023년 서울의 PIR 추이. (자료=넘비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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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글로벌 데이터베이스 웹사이트 넘비오(NUMBEO)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도시별 부동산 가격 지수’에서 서울은 가구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rice To Income Ratio·PIR)은 30.8로 전 세계 도시 중 15위를 기록했다. PIR은 주택을 사기 위해 가구 소득을 모아야하는 기간을 수치로 표현한 것으로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가구 소득을 30.8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해야한다는 의미다.
전 세계에서 PIR이 가장 높은 도시는 △중국 상하이 46.6 △베이징 45.8 △홍콩 44.9 △스리랑카 콜롬보 43.7 △레바논 베이루트 41.3 등의 순이었다.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22년 8월부터 8개월 연속 하락하며 올 3월까지 8.03% 하락했다. 특히 노원구(-11.42%), 도봉구(-11.06%), 강동구(-10.3%), 성북구(-10.16%) 등은 불과 8개월새 10% 이상 아파트값이 떨어졌다.
서울의 이같은 집값 급락세로 인해 PIR도 2022년 32.3(13위)에서 2023년 30.8(15위)로 1.5 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하락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0.7(22위)과 비교하면 10 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서울의 PIR은 2020년 24.0(23위), 2021년 28.9(13위), 2022년 32.3(13위) 등으로 코로나 시기 매년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또 박근혜 정부 말이었던 2016년 16.6(44위)와 비교하면 2배 가량 높아졌다. 이후 2017년 17.8(33위), 2018년 18.1(25위) 등 지속적인 상승세가 이어져왔다. 반면 수도권 부동산 경기가 최악의 침체기였던 10년 전인 2013년에는 서울의 PIR이 10.4로 전 세계 137위에 그친 바 있다. 또 2014년에는 부산의 PIR이 17.0으로 서울(13.5)보다 높기도 했다.
한편 2023년 기준 전 세계에서 PIR이 가장 낮은 도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행정수도 프리토리아로 1.9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