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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에 대한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전원회의는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여하는 공정위 최고 의사결정 절차다. 전원회의의 최종 결정은 내주 중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전원회의에선 113개 노선 중 몇 개 노선이 경쟁제한성이 있는지와 이에 부과된 구조·행태적 조치가 합당한지 등에 대한 결론을 낸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심사보고서를 통해 양사 결합 시 여객 노선 중 △인천~LA △인천~뉴욕 △인천~장자제 △부산~나고야 등의 점유율이 100%에 달하는 독점 노선 10개를 포함한 상당수 노선에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일부 노선에 대한 슬롯과 운수권 반납 등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우려도 적잖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아시아나항공의 영업 적자를 해소하려면 양사가 몸을 합쳐 각종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운수권을 반납할 경우 기업 결합 효과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초 아시아나 인수 후 시너지 효과와 인수 계획 등을 발표하면서 당시 아시아나와 통합 시 연간 3000억∼4000억원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통합 후 독점 여부를 살펴보는데, 글로벌 항공사와의 비교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는 업계 일각의 주장도 있다.
앞서 대한항공 측도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슬롯 점유율은 약 40% 미만이다. 이는 다른 글로벌 항공사의 허브공항 슬롯 점유율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글로벌 항공시장은 완전경쟁 시장에 가까워 독과점에 따른 초과이윤을 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항공은 공정위에 조건부 승인 내용 일부 조건을 철회해달라는 의견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인위적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있다. 대한항공은 통합 시 부문별 인력 재배치를 통해 구조조정 없이 인력을 운용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입장에선 시간과 비용, 시너지, 인력운용 등을 다 계산해봤을 텐데 조건부 승인은 예상하치 못했을 수 있다”며 “슬롯과 운수권을 반납하면 항공기와 승무원, 지상조업사 등 수반되는 인력도 정리해야 하는데, 약속했던 고용유지가 가능한지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자국 공정위가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남은 해외 경쟁 당국의 결합심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한항공은 터키와 대만, 베트남에 이어 이날 싱가포르 당국으로부터 조건 없는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싱가포르 당국은 경쟁 항공사의 압력으로 인해 가격인상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국내 항공산업 자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반납한 슬롯과 운수권을 외국계 항공사들이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장거리에 적합한 대형기 대신 중소형기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LCC들이 중대형기 도입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외국계 항공사와 비교해 운항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을 해외 경쟁당국에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기업 결합 성패가 달려있다”며 “국내 LCC들이 반납한 슬롯과 운수권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