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정말 푸는거냐”…꿈틀대던 세곡·내곡 땅값 ‘들썩’

내곡·세곡동 중개업소 문의 갈수록 뜨거워
김포공항·강북구는 회의론 “알짜땅이 우선”
서울시는 물론 환경단체 반발 조짐
  • 등록 2020-07-16 오후 3:27:51

    수정 2020-07-16 오후 3:41:28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이번엔 진짜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팔아달라던 땅주인들도 조금 더 기다려보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정부가 서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해당지역 땅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당정이 ‘그린벨트 해제 검토’ 계획을 밝힌 하루 다음날인 16일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내곡동 대상지역 공인중개사무소들엔 관련 문의가 줄을 이었다.

세곡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부가 그린벨트를 풀겠다는 의지가 강해지면서 문의가 엄청 늘었다”며 “도로와 인접한 그린벨트를 찾는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그린벨트 지역 인근에 있는 땅값도 뛰어오르고 있다. 내곡동 인근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가격이 오를 것은 분명하지 않냐”면서 “오늘도 전화를 10통 넘게 받았는데, 땅주인들이 예민하게 상황을 주시하며 토지 가격을 움켜쥐고 버티는 상황이다. 그린벨트 인근 일반 땅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구 세곡동 일대 개발제한구역. (사진=정두리 기자)
강서구 김포공항도 그린벨트 해제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가능성은 강남 지역보다 낮다는 시각이다. 토지거래업계 한 전문가는 “김포공항 지역 내 그린벨트는 고도제한지역에 묶여 주거지역으로서 효과가 마땅치 않고 경제성 측면에서도 부실하다”면서 “그린벨트를 마저 개방했는데 실수요자들에게 만족도가 높지 않는다면 그것도 난감하다. 서초 다음으로 강서구가 부지가 많으니 거론이 되고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무조건 강남 같은 알짜 땅을 활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노원구와 은평구, 강북구 등 서울 북쪽 지역에도 그린벨트가 많지만 해당 지역 대부분이 산으로 구성돼 있어 택지 개발이 여의치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서울 지역의 그린벨트 해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실타래도 남아있다. 전날 서울시가 “흔들림없이 그린벨트를 지키겠다”며 그린벨트 해제 반대 의사를 재차 표명했고, 환경단체도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 강경한 반대 입장이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주택정책은 주택문제로 풀어야지, 녹지를 활용해 집을 짓자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경실련, 서울환경운동연합 등과 함께 정부에 지속적으로 항의를 하고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문제를 다룰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을 위해 미래세대도 같이 써야 하는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는 논리가 맞으려면 다른 대안으로는 도저히 주택공급이 어렵다는 게 검증이 돼야 한다”면서 “서울시 유휴부지 활용이나 재건축 사업 시 공공관리를 강화해 물량을 늘리는 방법 등 다양한 고려가 충분히 됐는지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린벨트 해제는 녹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괜찮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그 규모가 커져버리면 3기 신도시와 충돌하게 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그러면서 “재개발 및 재건축 지역의 용적률을 높이거나 규제를 완화하는 투트랙 공급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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